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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홀딩스 이준구 대표. /김휘권 기자 |
"IP 라이선스 계약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는 '입장권'을 산 것이지, 롤러코스터 자체의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다."
25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TGS) 2025'에서 만난 G홀딩스 이준구 대표는 성공적인 IP 협업의 본질을 이같이 말했다.
일본 IP 라이선싱 전문 기업 G홀딩스는 올해 구노시 그룹에 인수되며 규모와 사업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
특히 컴투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주술회전, 귀멸의 칼날 등 대형 IP와의 컬래버레이션 성사는 물론 도원암귀 게임화까지 성공적으로 이끌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8년간 IP 라이선싱 사업을 이끌어온 이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급변하는 일본 IP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 중국 실패 후 일본 회귀..."IP 없는 게임은 뒤처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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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 부스. /김휘권 기자 |
2024년 기준 일본 게임 시장 규모는 224억 달러(약 31조 584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모바일 게임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IP 기반 게임들이 높은 수익성을 보이면서 업계 전반에서 IP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게임쇼 현장을 둘러본 이준구 대표는 "거의 모든 부스가 IP를 하나씩 다 들고 있어서, IP 없이는 게임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남들보다 뒤처져서 시작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한동안 중국으로 향했던 한국 게임사들의 발길을 다시 일본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과거 TGS가 두 관만 사용할 정도로 축소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최근 한국 회사들이 대거 출전하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며 "중국에서 실패한 개발사들이 일본 IP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일본을 주 타깃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일본 IP가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 줄 가장 매력적인 카드가 됐기 때문이다.
G홀딩스는 컴투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IP 라이선싱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양사의 협력은 컴투스의 주력 게임 '서머너즈 워'에 주술회전, 귀멸의 칼날 등 인기 일본 IP를 도입하는 대규모 컬래버레이션으로 구체화됐다. 현재 개발 중인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 프로젝트에서도 G홀딩스가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컴투스와의 협업은 G홀딩스의 사업 규모를 크게 확장시켰다. 과거 소규모 프로젝트 중심이었던 사업 구조가 대기업과의 대형 협업으로 전환되면서 회사의 영향력과 처리 능력이 동반 성장했다. 이준구 대표는 "컴투스 같은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 운영 방식과 규모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도쿄게임쇼 방문 목적 역시 "컴투스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에 참여하고 있어서 이를 성공시키고 싶어서 왔다"고 강조했다. G홀딩스가 단순한 중개업체를 넘어 IP의 특성을 이해하고 개발사와 권리사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IP 이해도가 성패 좌우..."입장권과 소유권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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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 캐릭터 코스프레. /김휘권 기자 |
한국 게임사들과 협력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이 대표는 단연 'IP 이해도'를 꼽았다. 문화적 차이로 일부 개발사들이 IP 라이선싱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IP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다.
이 대표는 놀이공원 비유를 통해 IP 라이선싱의 본질을 설명했다. 입장권을 구매한 것이지 놀이기구 자체의 소유권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IP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 없이는 성공적인 게임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컴투스와의 잇따른 협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발팀의 높은 IP 이해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컴투스가 IP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검수 과정이 원활했다"고 평가했다. 개발팀이 원작에 대한 전문적 이해를 바탕으로 게임을 설계했기 때문에 G홀딩스와의 협력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IP의 인지도만 믿고 게임을 개발하는 안이한 접근은 실패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드래곤볼 같은 유명 IP만 확보하면 장르에 관계없이 성공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IP의 세계관을 비롯해 캐릭터 특성에 맞는 게임성, 장르 등을 구현해야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IP 파워에만 의존해 게임의 본질적 재미를 간과하는 것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진단이다.
◆ 로열티 20% 시대 개막..."더 큰 매출 없으면 생존 불가"
일본 IP 라이선싱 시장은 급격한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대표는"사업을 시작한 8년 전에 비해 IP의 시장 가치가 크게 올랐다"며 "과거 총매출(그로스)의 12~15% 수준이던 로열티가 현재는 20% 이하는 말하지 않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출판 수익이 감소하면서 IP 2차 이용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일본 출판업계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린다. 이 대표는 "판권사들의 입김이 세지고 가격이 높아져 사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이득을 보려면 훨씬 더 큰 매출을 내지 않으면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G홀딩스는 구노시 그룹 산하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회사인 뉴스 포털과 자회사인 게임 공략 사이트 '게임메이트'의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IP를 가지고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사업을 고려 중인 동시에 IP 라이선싱 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IP의 가치가 중요해진 시장 환경 속에서, G홀딩스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높아진 비용의 장벽을 넘어 한국 게임사들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