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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공동대표. /김휘권 기자 |
"지금까지 플레이했던 게임과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플레이 경험을 드릴 수 있을 것"
25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 2025' 현장에서 만난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공동대표는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가 오는 10월 22일 서비스할 예정인 '카제나'는 '카오스'라는 미지의 존재로 문명이 붕괴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SF 호러 로그라이크 덱빌딩 RPG다.
'카제나'는 기존 '에픽세븐'의 영웅적 판타지와는 반대로 '카오스'라는 정체불명의 힘에 잠식당한 죽어가는 우주가 배경이다. 플레이어는 우주선 'SS 나이트메어'의 함장이 되어, 정신적 붕괴가 핵심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절망적인 세계를 헤쳐나가는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김형석 대표는 로그라이크 덱빌딩이라는 장르가 낮은 접근성, 극도로 어려운 밸런싱,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성공 사례 부재라는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른 어떤 장르보다 강렬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며 "'슬레이 더 스파이어'처럼 오랜 시간 플레이해도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깊이 있는 경험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장르가 어렵다는 점은 오히려 우리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며 "시장에서 첫 성공 사례를 남기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개발 철학은 게임의 핵심 시스템에 그대로 녹아있다. 대표적인 '붕괴' 시스템은 전투 중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카드 사용에 제약이 생기는 페널티지만, 이를 극복하면 가장 강력한 '각성 스킬'의 사용 비용이 감소하는 보상을 얻는 구조다. 김 대표는 이를 "고통을 즐겁게 겪는 경험"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정말 지옥 같았다"고 표현할 만큼 과정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게임 디자인 자체가 너무 복잡해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카드가 600장 이상 사용되고 스킬도 많아 캐릭터 하나를 육성하는 데도 무수한 방법이 있어 모든 밸런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번 다른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로그라이크 덱빌딩 장르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의도된 복잡성이다.
이처럼 인간의 힘만으로는 균형을 맞추기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 플레이 테스트를 도입했다. AI는 밸런스를 직접 조정하는 대신 수백만 번의 테스트를 통해 인간이 발견하기 어려운 특정 조합의 오버 밸런스 가능성을 탐지해 개발팀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임의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은 캐릭터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캐릭터 하나가 하나의 레고 세트와 같다"며 "로그라이크 던전에서 얻는 아이템들로 완전히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집을 넘어선 무한한 커스터마이징의 재미를 강조한 것.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자체 개발 '유나 엔진'에 대해 김 대표는 "능동적인 방어 연출이나 그림자, 빛의 반영 등 2D 그래픽 표현을 고도화하는 기능들이 많이 적용됐고 배경과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도록 카메라도 정교하게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픽세븐'의 운영 경험을 교훈 삼아 신작에서는 유저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한 질문에도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김형석 대표는 도쿄게임쇼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 게임 산업의 압도적인 개발력을 언급하며, 규모의 경쟁이 아닌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진단했다.
김 대표는 "중국의 개발력과 자본력이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무한대 아난타 같은 게임이 단 3년 만에 준비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카제나'는 독창적인 게임 메커니즘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전략이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김형석 대표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캐릭터를 소유하는 즐거움을 넘어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레고 세트'를 손에 넣어 자신만의 조합을 만드는 강한 즐거움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