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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S 2025] “암살자는 가라, 스파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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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5. 09. 29. 17:38

(왼쪽부터) 마틴 엠보그 내러티브 및 시네마틱 디렉터, 테운스 스밋 시니어 라이선싱 프로듀서, 로린 데샹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맷 그룹 총괄 프로듀서. /김휘권 기자
오는 2026년 3월 27일 제임스 본드가 14년 만에 게임으로 돌아온다.

IO 인터랙티브가 개발 중인 '007 퍼스트 라이트'는 26세의 젊은 제임스 본드가 신입 요원에서 진정한 00(더블오) 요원으로 성장하는 스토리다. 게임의 태그라인 'Earn The Number(번호를 획득하라)'처럼, 플레이어는 본드가 007 코드네임을 얻기까지의 여정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26일 일본 지바현 유나이티드 시네마 마쿠하리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개발진은 '히트맨' 시리즈와는 다른 새로운 스파이 게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 어둠에서 빛으로, 신입에서 007까지
일본 지바현 유나이티드 시네마 마쿠하리에서 열린 007 퍼스트 라이트 미디어 간담회 /김휘권 기자
게임 제목인 '퍼스트 라이트'는 작품의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다. 시네마틱 및 내러티브 디렉터 마틴 엠보그는 "빛과 그림자의 상호작용은 본드 프랜차이즈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퍼스트 라이트'는 본드가 처음으로 첩보 세계라는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일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엠보그는 "첩보 세계는 단순히 흑백으로 나뉘지 않는다"며 "흑과 백 사이에는 많은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본드가 모험을 통해 비밀 요원으로의 탄생을 발견하는 과정인 한편 선악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실적인 첩보 세계의 복잡함을 게임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영화나 특정 배우의 이미지를 따르지 않는 '새로운 본드의 탄생'이다. 마틴 엠보그는 "젊은 본드의 매력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게 됐다"며 "거친 다이아몬드 같은 본드를 젊은 남성으로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훌륭한 스토리 엔진이다"라고 말했다.
007 퍼스트 라이트 인게임 이미지. /김휘권 기자
개발진이 그리는 젊은 본드는 완성된 스파이가 아니라 성장 과정에 있는 인물이다. 마틴 엠보그는 "플레이어가 본드와 함께 그림자와 음모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스파이 세계의 복잡함과 승리의 의미를 발견해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플레이어가 단순히 액션을 즐기는 것을 넘어 본드가 스파이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체험하도록 하는 개발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4년 만의 007 게임이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시작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2012년 '007 레전드'가 흥행에 실패하며 시리즈의 명맥이 끊긴 후 IP 홀더들은 게임화에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그럼에도 아마존 MGM 스튜디오의 총괄 프로듀서 맷 그룹은 "IO 인터랙티브의 요원 판타지에 대한 이해와 '히트맨' 경험이 우리에게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2022년 아마존이 MGM을 인수한 데 이어 2025년 초 007 프랜차이즈에 대한 완전한 창작 권한을 확보하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맷 그룹은 "우리가 정말로 원했던 건 가장 진정한 제임스 본드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며 "IO 인터랙티브의 전문성으로 팬들이 기대하는 모든 요소를 결합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암살자는 가라, 스파이가 온다
007 퍼스트 라이트 인게임 이미지. /김휘권 기자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과제는 IO 인터랙티브의 대표작인 '히트맨' 시리즈와의 차별화다. '히트맨'은 암살이 목적인 게임이지만, '007'은 정보 수집과 임무 완수가 중심인 스파이 게임이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마틴 엠보그는 "'007 퍼스트 라이트'는 완전히 캐릭터 중심의 내러티브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히트맨'과는 다른 접근이다"고 밝혔다.

'히트맨'과 본드의 큰 차이점은 게임 템포에서 드러난다. 마틴 엠보그는 "본드에게는 항상 시간이 촉박해 앉아서 기다릴 시간이 없고 문제가 생기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히트맨'의 느긋한 관찰과 신중한 계획 수립과는 다른 게임 플레이다.

게임 구조도 차별성을 무장했다. 마틴 엠보그는 "게임이 숨을 쉰다"며 '호흡하는 경험(breathing experience)'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게임이 자유로운 탐색과 긴박한 액션이 교대로 나타나면서 플레이어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샤토(대저택) 구간'은 '히트맨'처럼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탐색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사회적 샌드박스' 형태인 반면 '추격전 구간'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진행되는 선형적이고 영화적인 액션 시퀀스다. 

기술적으로도 상당한 진화가 있었다고 개발진은 언급했다. 특히 IO 인터랙티브에게는 생소한 영역인 차량 시스템 개발을 위해 드라이빙 전문 개발자들을 새로 영입했다. 자체 엔진인 글레이셔(Glacier)도 자동차 추격전 같은 빠른 움직임을 위해 대폭 개선됐다. 개발진은 "2020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할 기회를 얻었다"며 "기존 팀과 새로운 인재들이 함께 작업하며 게임을 더욱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 한 번으론 끝나지 않는 스파이 액션
007 퍼스트 라이트 인게임 이미지. /김휘권 기자
'히트맨' 시리즈의 높은 반복 플레이 가치와 관련해 '007 퍼스트 라이트'의 접근 방식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시니어 라이선싱 프로듀서 테운스 스밋은 "'히트맨'의 프리랜서 모드와 같은 별도의 모드는 없지만, IO 인터랙티브의 강점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밝혔다.  

테운스 스밋은 "25년간 요원 판타지 게임을 만든 우리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며 "잠입이나 가젯 등 다양한 접근법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플레이어는 하나의 임무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조용히 적들을 피해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고 Q가 제공하는 다양한 특수 장비를 활용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히는 과감한 액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스토리 진행과 함께 오픈되는 다양한 가젯들은 반복 플레이의 핵심 요소다. 테운스 스밋은 "특정 임무를 다시 플레이하면서 다른 가젯 조합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이전에 잠입 위주였다면 이번엔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본드의 임무를 재해석하며 여러 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007 퍼스트 라이트는 단순한 복귀작을 넘어 게임만의 독립적인 본드 유니버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엿보인다. 2012년 007 레전드 이후 실질적으로 14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오는 제임스 본드가 어떤 모습으로 게이머들을 맞이할지, 2026년 3월이 기다려지고 있다.
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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