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위험 회피 이겨내고 길게 보는 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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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15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감소세로 접어들어 올해는 11조4000억원으로 조정됐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벤처투자 시장 규모를 4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비전 하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의 해외 정착을 돕는 벤처 캠퍼스를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 거점도 조성할 방침이다. 우선 유망 기업을 지원하는 13조5000억원 규모의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와 함께 올해 출범한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해 첨단 기술 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에 다시 도전하는 청년을 위해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도 조성한다.
문제는 국내에선 유망 기술력을 가져도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글로벌 벤처투자 유치도 저조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글로벌 벤처투자 유치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규모 대비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의 국내 투자 비율은 2.1%로 저조한 상황이다. 반면 주요국의 '외국자본 벤처펀드 출자비중'을 살펴보면 싱가포르는 84%, 영국은 74%, 독일은 66%에 달한다. 글로벌 벤처투자 유치는 국내총생산을 확대하고 자본시장을 발전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하지만, 우리나라 벤처들은 해외 VC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벤처투자 유치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기업에는 대표적으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 형제들(배달플랫폼), 몰로코(광고자동화서비스) 등이 꼽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퇴직연금 기금화'에 시동을 거는 가운데 일각에선 해외처럼 퇴직연금을 이용한 벤처 투자가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벤처생태계의 질적 개선과 유망 벤처에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투자자(국민)는 리스크 회피 경향이 크다"며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사람들이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기 때문인데 주식 투자도 꺼리는 상황에서 벤처 투자까지 유도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VC들이 모태펀드 자금을 받아 매칭펀드를 조성하며 리스크 없이 손쉽게 장사해왔다"며 "일부 VC 투자는 풋옵션 등 조건을 달아 일정 기간 내 성과가 없으면 대출로 전환해 사실상 회사를 뺏는 등 제대로 된 투자가 아닌 대출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은 90%가 M&A를 통해서 엑시트하고, 회임 기간을 10년을 보고 들어가는 반면 국내의 경우 시리즈 A부터 5년을 보고 들어가는 등의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며 "미국과 달리 국내는 M&A를 통한 엑시트 비율이 매우 낮고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데, 상장폐지가 빈번하고 제대로 된 회사가 적어 부실화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