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매출 절반 차지하는 더후에 주목
中 '무비자 입국' 호재… 마케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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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LG생활건강은 이사회를 열고 이선주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로레알에서 '입생로랑'과 '키엘'을 총괄하며 한국 키엘을 글로벌 매출 2위 국가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엘엔피코스메틱 글로벌전략본부 사장과 카버코리아 대표를 거치며 메디힐·AHC의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도 이끌었다.
글로벌 브랜드를 재도약시킨 그의 경험이 지금 LG생활건강이 직면한 문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이 안고 있는 고민의 핵심은 럭셔리 브랜드 '더후'다. 전사 매출의 무게추를 쥐고 있는 뷰티 부문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져 온 대표 브랜드로, 실적 회복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2003년 한방 화장품 콘셉트로 출시된 더후는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회사의 주력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특히 면세점에서는 독보적 성과를 거뒀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연간 1조665억원을 기록하며 단일 브랜드 최초로 면세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리스트'로 자리매김하며 LG생활건강을 아시아 톱 화장품 기업 반열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팬데믹은 성장 궤도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따이궁(보따리상) 수요가 증발하고 중국인 단체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백화점 중심의 판매 구조가 붕괴됐다. 뷰티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9년 19%에서 지난해 5.6%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저가 브랜드 선호까지 겹치며 고가 화장품 수요는 더 위축됐다.
K뷰티 업황이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LG생활건강만은 반등의 동력을 찾지 못한 배경이다. 실제 올해 2분기 더후 매출은 29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결국 고가 브랜드를 다시 세운 경험을 지닌 외부 인사를 조기 투입한 결정도 이 같은 위기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는 회복을 기대할 만한 변수가 있다. 정부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면서 면세점 매출 확대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고가 소비 비중이 높은 비즈니스 목적 테마 단체의 유입이 예상되는데, 이들의 쇼핑 객단가는 일반 관광단체보다 3~4배 높다. 프리미엄 브랜드 더후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단체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 리플릿을 제작하고 구매금액 단위별 혜택 제공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라며 "여행 기간 중 시내 및 공항 면세점을 모두 방문해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클렌징 정품을 증정하는 스탬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브랜드 경험 기회 확대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올해 '더후' 리브랜딩 성과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며 수익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면세점을 중심으로 물량을 선제적으로 조절해 가격 안정성과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한편, B2C 채널을 통한 마케팅 활동도 강화하는 중이다.
이선주 사장은 오는 11월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