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의존 줄이기’…독자 안보전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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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다음달 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드론 출몰'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EU 고위 당국자는 "최근 동부전선을 중심으로 드론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대응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지에서 러시아 드론이나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하는 사례가 이어졌고, 덴마크에서도 일주일 사이 군 기지와 공항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출몰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드론 방어망(Drone Wall)' 구축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2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는 지난 26일 EU 집행위 주재로 열린 10개국 국방장관 회의를 확대하는 성격을 띤다.
EU는 2030년까지 '재무장'을 목표로 한 방위력 강화 로드맵도 준비 중이다. 집행위가 공유한 개요 문서에는 드론 방어망 외에 '동부전선 감시', '방공 방패', '방위 우주 방패' 등 4대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여기에 방산업체 지원 규제 개편, 차세대 군사기술 투자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미국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다. EU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미국 안보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으나, 최근 워싱턴이 유럽 안보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스스로 국방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기조를 강조해왔고, 이는 EU가 독자 방위 역량 논의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EU는 군사동맹체가 아니어서 자체 군사력이 없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비 조달과 공동 방위 프로젝트를 서둘러왔다. 이번 정상회의는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미국의 후견 아래 있던 유럽 안보가 독자적 역량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계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