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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본질 vs 플랫폼 확장…카카오의 실험과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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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09. 30. 15:21

카톡 대대적 개편 일주일 만에 복원 결정
국민적 저항 부담 작용
복원과 함께 미성년자 보호 절차 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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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23일 카카오 용인AI 캠퍼스서 진행된 '이프카카오 2025'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카카오
카카오가 야심 차게 추진한 카카오톡 대대적 개편이 불과 약 일주일 만에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SNS와 숏폼 등 콘텐츠 기능을 덧입히며 플랫폼 확장을 노렸지만 예상보다 거센 이용자 반발게 부딪히며 '국민 메신저'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실감한 셈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친구탭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친구탭 첫 화면을 기존의 친구목록 중심으로 복원하고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의 '소식' 메뉴로 분리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안은 4분기 내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될 예정이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점 리뷰가 급증하고, 청소년 보호와 프라이버시 문제까지 불거지며 여론 악화와 신뢰도 하락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카카오가 긴급히 내놓은 수습책으로 해석된다.

이번 개편은 카카오톡을 단순한 메신저에서 한 단계 확장해 광고와 커머스, 콘텐츠 소비까지 아우르는 슈퍼앱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려는 전략적 시도였다. 카카오는 피드형 UI와 숏폼 탭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그 안에서 광고 노출을 극대화해 수익을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 카카오톡은 직장, 거래처, 학부모 모임 등 공적이고 실용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는데 이를 갑작스레 인스타그램·페이스북처럼 사적인 SNS 성격으로 변모시키자 사용자들은 혼란과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카카오톡은 국민 일상 속에 스며든 필수 메신저다. 이런 서비스에 급격한 변화가 도입될 경우,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사용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젊은 층에서도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이미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충분히 소셜 기능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톡의 숏폼·피드 기능을 굳이 활용한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공적 영역에서 쓰던 서비스가 사적인 콘텐츠 중심으로 변하자 사용자들은 정체성의 충돌을 느꼈고, 그 불만은 앱스토어 1점 리뷰로 쏟아졌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개편을 준비하며 충분한 시장 조사와 이용자 반응 검토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이 정도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내부 의사결정이 너무 급하고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업데이트 이후 국민적 저항이 너무 커지자 카카오가 더 큰 리스크를 막기 위해 빠르게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주가는 이번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지난 27~28일 사이 6% 이상 급락한 것이다. 황 교수는 향후 회복 가능성에 대해 "주가가 다시 오를지는 시장이 카카오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도 "카카오에 대한 불신이 이미 깊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번 빠른 대처가 위기관리 측면에서 신중했는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과 동시에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절차도 개선에 나선다. 지난 27일 '지금탭(숏폼)' 내에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를 신설해 접근성을 높인 데 이어 신청 및 설정 등을 더욱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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