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수집 자동화… 정확도 97%
당도 분석·수확시기 예측 등 진화
육종개량 등 디지털농업 전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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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정 농진청 농업생명자원부장은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표현체는 작물이 자라는 온도·습도 등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종자, 잎, 줄기 등의 특성을 일컫는다.
김 부장은 "기존에 품종 개발 및 개량을 위해서는 연구자가 표현체를 직접 관찰하고 기록해야 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고, 숙련도에 따라 데이터가 균일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농진청이 개발한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은 작물의 형태·색상·생육 등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정보를 영상장비로 측정해 자동으로 수치화하는 것이다. 생육단계별로 수집된 데이터 분석 및 수치화 과정에는 인공지능(AI)이 활용된다.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대량의 종자 특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종자 1개의 크기·색상·모양 등 11가지 특성을 분석하는 데 사람은 5분이 걸렸지만, 영상분석 기술은 1초 만에 처리했다.
육종 현장에서 4만개 종자를 분석할 경우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4명이 40일 동안 했던 일을 한 명이 하루 만에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해당 기술을 밀·콩·옥수수·고추·수박 등 상업용 종자 62종에 적용, 특성 분석을 자동화했다. 분석 정확도는 97%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 기술 개발은 '표현체 연구동'의 성과 중 하나다. 연구동은 지난 2017년 준공된 국내 최대 규모 표현체 연구시설로 '디지털육종' 실현을 위한 데이터셋 구축 및 기반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육종은 빅데이터·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작물 품종을 개발 또는 개량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교배 방식 전통 육종보다 품종 개발 기간이 짧고, 전문 육종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관련 데이터를 집적해 균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디지털 농업 전환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농진청이 개발한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은 디지털육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분석·처리 속도 향상을 통해 디지털육종 전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김 부장은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균일하고 정확도도 높으니 후속작업이 빨라진다"며 "과거 교배를 통해 몇 세대를 거쳐 새로운 종을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선발육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돼 활용 중이다. 작물 육종기관에서는 밀·콩 등 종자의 발아 속도 차이, 옥수수 낟알 수량, 버섯의 갓 크기와 수량 등을 분석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원예 분야에서는 당도 높은 딸기를 빠르게 찾아내고, 흠집이나 멍든 사과를 식별해 내는 등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별도 고가 촬영 장비 없이 온실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과일·화훼 등의 적절한 수확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향후 농진청은 민간 요구도가 높은 밀·콩·옥수수 등 주요 작물 65종을 대상으로 표현체 빅데이터를 확보, 슈퍼컴퓨터와 연계한 '디지털육종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업·현장에 데이터 기반 육종기술이 확산될 수 있도록 활용사례 교육 및 실습 컨설팅도 추진한다. 기후위기 대응 일환으로 병해·환경에 적응하는 품종 개발도 지속할 방침이다.
김 부장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가져오고 현장 어려움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새 정부 국정과제인 스마트농업 고도화 정책에 부응하고, 온난화 대응 기술 개발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