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 접고 식품·바이오사업 강화
"선택과 집중 힘 실어 옛 성공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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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일제당은 이사회를 열고 피드앤케어 지분 100%를 네덜란드 사료기업 로얄 드 허스(Royal De Heus)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매각은 피드앤케어와 해외 사료·축산 사업을 운영하는 해외 지주사 글로벌홀딩스 등 15개사를 넘기는 방식이다. 매각 규모는 기업가치 기준 1조원대다. 거래 종결일은 2026년 내로 예정돼 있다.
매수자인 로얄드헤우스는 동물 사료 분야 글로벌 10위권 기업이다. 1911년 곡물 거래 및 제분 사업으로 시작해 가족 경영을 이어온 이 회사는 현재 유럽,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7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해 있다. 올해 초 벨기에 사료 생산업체를 인수하는 등 아시아에서 공격적 확장을 추진 중이다. 피드앤케어는 2019년 제일제당의 생물자원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아시아 7개국에서 27개 사료공장을 운영하며 사료·축산·신선육 사업을 하고 있다. '미트마스터' 등 자체 브랜드도 보유했다. 지난해 매출 2조3085억원, 영업이익 747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사업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축산 판가 상승과 생산성 개선 등으로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해외에서 매출의 90% 넘는 비중이 발생한다.
이번 매각은 세 번째 시도 끝에 성사됐다. 제일제당은 2019년 네덜란드 사료기업 뉴트레코와 협상했지만 가격 이견으로 결렬됐고, 2020년에는 인수 희망자 부족으로 매각을 중단한 바 있다. 피드앤케어는 곡물 가격과 국제 정세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성장성이 제한적이어서 CJ제일제당의 잠재 매물 중 하나로 오랫동안 거론돼 왔다. 제일제당의 비주력 자회사 매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2월 제약사업 자회사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1조3100억원에 매각했고 지난해 중국 자회사 지샹쥐 지분 60%를 약 3000억원에, 최근에는 중국 효소·발효 자회사 CJ유텔바이오텍을 미국 케민인더스트리즈에 각각 처분했다. 지난 4월에는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매각을 추진 중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매각은 제일제당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다. 제일제당은 식품과 바이오 등 주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하에 2018년 헬스케어 매각 자금으로 같은 해 11월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약 2조원(18억4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 인수는 그룹 사상 최대 규모 M&A로 북미 식품 사업의 중심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슈완스 인수 후 6년 만에 북미 식품 매출은 3649억원에서 4조7138억원으로 12배 넘게 증가했다. 해외 식품 매출 비중도 2018년 14%에서 지난해 46%로 뛰었다. 슈완스 유통망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과도 가시화됐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미국 B2C 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했고, 슈완스의 냉동 피자 '레드바론'은 점유율 20.8%로 경쟁사 네슬레(18.3%)를 제쳤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비비고 등 주력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미국 사우스다코타, 헝가리 부다페스트, 일본 지바현 등에 총 9000억원 규모의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우스다코타 공장은 내년 본격 건설에 들어가 2027년 첫 가동을 목표로 한다.
시장에선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대형 M&A나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분석한다. 슈완스 인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슈완스'를 찾아 글로벌 식품 시장 입지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피드앤케어 매각은 성장성 높은 주력 사업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