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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 보조금’ 현실로…자율경쟁 몸 사리는 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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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10. 02. 15:40

9월 번호이동 64만3875건, 두 달 연속 내림세
단통법 폐지·신규 스마트폰 출시에도 경쟁 잠잠
해킹 논란에 정부 눈치보기 급급, 일회성 비용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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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한동안 활발했던 이동통신시장 번호이동이 다시금 둔화하는 추세다. 불과 두 달 전 90만건을 넘어섰던 번호이동건수는 60만건까지 떨어진 상태다. 10년간 자율경쟁의 발목을 잡았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폐지됐고 최근에는 애플의 신형 아이폰까지 출시됐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통신3사 모두 경쟁에 소극적이다. 일회성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진데다 해킹 논란으로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면서 섣불리 지원금 경쟁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통신3사와 알뜰폰을 포함한 번호이동 건수는 64만3875건으로, 전월(64만4618건) 대비 소폭 줄었다.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7월(95만6863건) 이후 두 달 연속 감소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고 이후로도 최저치다.

통신3사별로 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가입자가 순증한 반면, KT는 순감을 겪었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지난달 KT와 LG유플러스, 알뜰폰으로부터 5만2872명, 5만4757명, 3만8444명을 각각 유치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에서 빠져나간 가입자는 13만2849명(KT 5만573명, LG유플러스 5만7062명, 알뜰폰 2만5214명)으로 1만3224명 순증했다. LG유플러스는 4453명이 순증했다. SK텔레콤과 KT, 알뜰폰 가입자를 각각 5만7062명, 2만5470명, 2만3698명 확보했고 5만4757명, 2만7698명, 1만9322명을 내줬다.

올해 반사수혜가 두드러졌던 KT는 약 3000명 순감했다. 지난 8월을 기점으로 무단 소액결제, 개인정보 유출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민관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여파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KT는 지난 5~7월에만 40만명 이상의 SK텔레콤 가입자를 흡수한 바 있다.

이 같은 번호이동 둔화는 통신3사 간 소극적인 지원금 경쟁이 배경으로 읽힌다. 지난달 출시된 아이폰17 시리즈의 경우 현재 통신3사가 제공하는 공통지원금(옛 공시지원금)은 최대 45만원으로 책정됐다. 통신사가 자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도 6만7500원으로 3사가 동일하다. 공통지원금의 15%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은 지난 7월 단통법 폐지에 따라 상한선이 사라졌지만, 통신3사 모두 이전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올해 통신업계 해킹 논란에 따른 대규모 정보보호 투자를 비롯해 위약금 면제 조치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으로 마케팅 여력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를 기점으로 통신3사가 한동안 수십만원대 물밑 지원금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통신3사 마케팅 비용은 총 3조79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0억원 이상 늘었다.

정부 눈치보기도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잇따른 해킹 논란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지원금 경쟁은 더 큰 악재를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신3사 판매점 등 유통채널에 따르면 아이폰17 구매 시 10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더라도 추가지원금은 30만원 수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직후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고려해서라도 당분간 이렇다 할 지원금 경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4분기에 집중되는 설비투자(CAPEX) 비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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