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가 또 한 번 기적을 썼다. 퍼시픽 4시드로 챔피언스에 합류한 DRX가 퍼시픽 1시드 PRX를 꺾고 결승진출전 무대에 올랐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코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발로란트 챔피언스 파리' 플레이오프 하위조 준결승에서 DRX는 PRX를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제압했다. EMEA 1시드 팀 리퀴드와 AMER 1시드 지투 이스포츠를 넘어 퍼시픽의 왕까지 무너뜨렸다.
두 팀은 퍼시픽 지역을 대표하는 맞수였다. DRX는 4시드 막차로 챔피언스에 합류해 조별 예선과 플레이오프에서 한 차례씩 패배하며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4강까지 살아남았다.
반면 PRX는 마스터스 토론토 우승과 스테이지2 정상에 오르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조별 예선도 1위로 통과했지만, 승자조에서 FNC에 덜미를 잡히며 하위조로 밀려났다. 결국 퍼시픽을 대표할 단 하나의 팀을 가리는 맞대결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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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의 활약에 힘입어 1세트 역전 성공한 DRX. /중계화면 캡처
1세트는 DRX가 고른 어센트였다. 전반전 DRX는 공격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PRX의 '찡' 왕징제가 맹활약하며 흐름을 주도했고, DRX는 3:9로 전반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 들어 DRX가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피스톨 라운드 승리로 기세를 올린 DRX는 연승을 거듭하며 10:10 동점을 만들었다. PRX가 다시 매치포인트를 잡았지만 현민이 결정적인 킬을 쌓으며 연장까지 끌고 갔다.
결국 DRX가 적절한 작전 타임 활용과 '베인' 강하빈을 비롯한 선수들의 집중력에 힘입어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현민은 1세트에서 36킬과 ACS 345를 기록하며 팀의 중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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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 승리하며 결승진출전 오른 DRX. /중계화면 캡처
2세트 로터스는 PRX의 전장이었다. 초반에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DRX가 중반부터 흐름을 잡았다. 전반을 7:5로 마무리한 DRX는 후반 피스톨 라운드에서는 마코가 4킬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DRX는 11:5까지 달아나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PRX는 찡을 앞세워 반격했지만 DRX는 흔들리지 않았다. 21라운드에서 침착하게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13:8로 세트를 끝냈다.
세트 스코어 2대0. DRX가 퍼시픽 1시드까지 무너뜨리며 결승진출전에 올랐다. 결승진출전에 오른 DRX는 프나틱(이하 FNC)를 만난다. 앞선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만난 FNC에게 복수할 준비를 마쳤다.
경기 후 '터미' 편선호 감독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 자체가 미라클 런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트로피가 멀지 않지만 들뜨지 않고 하던 대로만 한다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현민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현민은 "오늘 경기력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오늘은 85%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DRX의 여정은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중꺾마' 서사와도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마코' 김명관은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즐기면서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