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회피심리에 환율 1430원 돌파
삼성·SK하이닉스 글로벌 생산 차질
생산 구조 변화·금융지원 시급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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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 갈등 확산으로 가장 큰 파장이 예상되는 분야는 반도체·AI 산업이다. 중국이 희토류 원자재뿐 아니라 채굴·제련 기술 등까지 통제 대상으로 묶으면서 공급망 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장비·소재업체인 ASML, AMD 등은 생산 지연이 불가피하며 이들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로도 충격이 파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전 수입품에 대해 오는 11월 1일부터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평균 40% 수준이던 대중(對中) 수입품 관세율이 14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사실상 교역 자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실장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소재 확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공급망 이슈가 상시화된 만큼 소부장 부품 다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환율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갈등 격화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이탈하며 달러 선호가 급격히 높아지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0원대를 돌파했다. 당장 수출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가 있지만 추세가 계속되면 원자재·부품을 수입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자본시장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결국 올해 안에는 갈등이 일정 부분 매듭을 지을 것"이라며 "국제 경제와 주가, 각국의 산업 정책까지 흔들리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도 긴장을 오래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근로자 중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 조정과 산업 지원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 자립과 소재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우회'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역시 생산 구조와 조달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중간 선거 등의 이슈가 남아 있는 만큼 지금은 명분 싸움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FTA와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제 여론을 이끌고, 정부 차원에서는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간재 조달 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