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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기반 정보자원 다원화가 해법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단일 거점 중심의 물리적 인프라 의존과 이를 고집하고 있는 행안부의 과도한 중앙집중 관리다. 해결 방향은 명확하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정보자원 다원화다. 행안부의 역할은 상호운용·이중화 설계에 대한 강제에만 집중하고, 민간 참여와 데이터의 저장·유통·활용을 개방해 디지털 서비스 개방 생태계의 촉진자가 돼야 함을 의미한다.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지리적으로 분산된 여러 센터에 저장돼 한 곳의 재난이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키지 못한다. 정부는 데이터 표준과 보안 원칙을 설정하되, 각 부처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하고 민간과 협력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전자정부 플랫폼이 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지자체에 운영권을 돌려줘야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주체인 제도다. 그럼에도 현재는 행안부가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기부가 완결된다. 농협 대면접수도, 민간플랫폼 모금도 결국 고향사랑e음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번 화재로 민간플랫폼은 모금을 중단한 상태다.
화재 이후 행안부는 급히 사전확인을 포기하고 수기입력·사후 검증으로 전환했다. 이는 행안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반드시 사전확인 필요' 논리를 스스로 포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미 사후 점검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던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지자체에게 고향사랑기부제의 실질적 운영권을 부여하고, 민간플랫폼과 자유롭게 협력하도록 해도 된다. 지자체는 자체 선택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독립적 모금·관리를 하고, 행안부는 데이터 표준 제공과 사후 점검만 담당하면 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가 이렇게 해도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의 일치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과 '지방분권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공공 데이터의 클라우드 전환, 지자체 자율성 확대를 통한 지역 주도 발전이 그 골자다. 앞서 제시한 고향사랑기부제 개편 방향이 국정과제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중앙정부는 표준을 만들고, 지자체가 주체가 돼 민간과 협력하는 구조는 국정과제가 지향하는 바로 그 모습이다. 결국 행안부의 관점 전환 없이는 국정과제 실현도,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도 불가능하다.
행안부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국가정보자원관리에서 행안부의 역할은 꼭 필요한 부분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데이터 표준 설정, 보안 가이드라인 제시, 사후 점검이 핵심이다. 나머지는 각각의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활용하는 개별 부처나 지자체별로 자율성을 높여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과 최대한 협력하도록 해서 국가정보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AI 기술,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 민간의 혁신 역량을 공공 영역에 접목하면, 재난에 강하면서도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된다.
'관리의 편의'를 위한 중앙집중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과 '재난 대응력'을 위한 분산과 협력이 새로운 원칙이어야 한다. 행안부는 정보자원 관리에 있어서 통제자에서 조정자로, 독점자에서 지원자로 역할을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국정감사, 장기 변화의 출발점이 돼야
이번 국정감사는 행안부의 관점 전환을 끌어낼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장기적인 변화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①클라우드 전환 로드맵 ②지자체·민간 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 ③고향사랑기부제 운영권 이양 계획을 요구해야 한다. 성급한 변화도, 변화 거부도 경계하되, 분명한 방향 설정과 단계적 실행 계획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표준을 만들고, 지자체는 책임 있게 선택하고, 민간은 혁신으로 답할 때, 고향사랑기부제는 재난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제도로 성장한다. 이것이 국정과제를 실현하고, 지역을 위한 진짜 제도로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