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쪽방살이 끝”…남대문 쪽방주민, 해 드는 새 보금자리서 새 출발

민간 주도 '先이주·後개발' 첫 사례…'약자동행' 실천
주거 외 남대문쪽방상담소 등 자립·편의시설도 입주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 임대주택 해든집 입주 축하 행사에서 한 임대주택을 방문해 입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기자

#"예전엔 겨울엔 주전자에 물 데워 머리를 감고, 여름엔 볼일 보고 난 뒤 해결할 때 쓰는 물로 샤워했는데, 여기선 다섯 걸음만 걸어가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해든집' 입주민 임모씨)

서울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이 긴 세월의 쪽방살이를 마무리하고 해가 드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남대문 쪽방촌 주민 142가구가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으로 입주를 완료했다. 남대문 쪽방촌은 한국전쟁 이후 판자촌이 형성된 지역으로, 상당수 주민이 60년 이상된 노후 건물의 약 3.3㎡ 단칸방에서 지내왔다.

해든집은 '해가 드는 집, 희망이 스며드는 집'이라는 의미로, 지난 2021년 12월 정비계획 결정 후 기부채납을 받아 4년 만에 준공된 임대주택이다. 개발 대상지를 일괄 철거하거나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방식이 아닌, 주민이 먼저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마련한 뒤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민간 주도 순환정비'의 첫 사례다.

새 보금자리가 마련된 히든센터는 18층 규모로, 지상 6~18층에는 해금집이, 지하 3층~지상 5층에는 남대문쪽방촌상담소를 비롯한 다양한 복지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상담소는 쪽방주민의 생활·간호상담, 의료·기초생활지원을 비롯해 자활·자립지원, 정서지원, 안전점검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든 해든집 입주민의 생활 변화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추진해, 향후 타지역 쪽방 밀집 지역 주민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과 기반 마련에 활용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해든센터에서 남대문 쪽방촌 임대주택 '해든집' 입주 축하 행사에 참석하기 전 공유주방을 찾아 요리교실 수업 중인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이날 오후 현장을 방문한 오 시장은 "그동안 남대문·영등포·숭인동 등을 다니면서 '온기창고', '동행식당' 같은 사업을 해왔는데, 오늘이 그 정점을 찍는 날인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쪽방촌에서 개발 사업을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고 난관의 연속이자 누구도 쉽게 마음을 내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시와 구청, 시행사 등 모두가 협력해서 마음을 모으지 않으면 쉽게 진행될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매우 뜻깊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든집은 강제 퇴거 없는 '약자와의 동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주거 공간으로,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주거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한 모델"이라며 "도시의 성장 속에서도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누구에게나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는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해든센터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그동안 고생하신 여러분께 안정과 희망을 드리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주거공동체 향상과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약자와의 동행'이 실현되는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도시 중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