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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팬덤 수준을 넘어 강성, 극렬 지지층이 주도하는 팬덤 정치는 정당정치 전반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지목된다. 이는 편향적인 언론과 미디어가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팬덤은 이념이나 정책적 차이보다는 '친일 척결', '적폐 청산', '검찰 개혁'과 같이 실체가 불분명하고 상징적인 권력 투쟁 이슈에 이끌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팬덤인 '개딸'은 대한민국 사회에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활동은 문자 폭탄이나 댓글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변질되며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 편에게만 박수받는 팬덤 정치가 국가의 미래를 해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우려가 더해가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함께 미국에서도 팬덤 정치의 부정적 영향력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2017년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극우 정치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이 대표적이다. 큐어넌 음모론은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큐어넌 추종자들은 트럼프 지지자 및 기타 극우 단체와 함께 의회를 습격하며 이 과정을 소셜 미디어에 생중계했다. 이 사건은 팬 문화가 정치적 의제를 위해 무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운동은 감정적 동원을 통해 개인을 급진화시켰다.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유명세는 큐어넌 음모론의 소재로까지 이용됐다. 큐어넌 음모론자들은 그녀의 타임지 올해의 인물 선정이 2024년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극우 논평가들과 인플루언서들은 X와 텔레그램 같은 플랫폼에 그녀가 바이든 정권과 좌파에 의해 유권자 영향력을 위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친러시아 그룹은 페이스북과 X에 가짜 스위프트 발언을 유포해 반우크라이나 정서를 확산시켰다.
팬덤 정치는 정당의 방향, 정책, 입법 활동보다 상징으로서 개별 정치인을 지지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이나 정당이 상징하는 바를 그 목표나 달성 능력보다 우선시함으로써 개인적이고 편향된 비효율적인 정치 문화를 초래한다.
또한 감정적 정치 분열을 부추기며,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감정적 몰입은 사회 내 분열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가운데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 플랫폼은 단편화된 사상의 확산을 가속하게 하고 극단주의 집단이 이념을 전파할 수 있게 한다. 소셜 미디어는 가짜 뉴스와 선전의 온상이 되면서 특정 사고방식으로 대중을 유도한다. 봇(Bot)과 가짜 계정 조작은 사회적 담론을 조작해 특정 이슈가 사실과 다를지라도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숙고하는 민주적 과정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소셜 미디어의 부상은 정보의 관문 역할을 하던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을 약화했다. 이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사상과 편향된 콘텐츠가 빈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급증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뉴스 검증 및 보도에 관한 저널리즘 규칙을 따르지 않아 허위 정보의 급속한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팬덤 정치의 부정적 영향이 계속 심화할 전망이다.
후보자의 평판이 그들의 성과보다는 마케팅 서사에 의해 형성되고, 유권자들은 이념보다 정체성을 바탕으로 투표함에 따라 팬덤은 점차 중요한 정치적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치인에 대한 감정적 유대감과 충성심이 선거 결과에 계속해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다.
팬덤 정치가 민주적 담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파적 적대감을 완화하고 비민주적 태도를 줄이며 더 건강한 온라인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요구된다. 이러한 전략은 주로 공통 기반 구축, 오해 바로잡기, 시민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 함양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소셜 미디어가 팬덤 정치와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건강한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소셜 미디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허위 정보와 양극화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의도치 않게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규제 기관과 입법자들은 단순히 지배적인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 관리 전략을 고려하는 종합적이고 과정 중심의 규제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이 민주적 과정의 중심이 되고 유해 콘텐츠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함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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