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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BC뉴스는 21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급격하게 커진 대체 투자 운용사나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가 투명하지 않다면서, 이 부분이 새로운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비은행 민간 금융기관(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약 185조원으로 추정된다. 호주 기업 대출의 약 14%를 담당한다.
주요 투자자는 대형 연기금과 보험사 같은 기관부터 소매 투자자까지 다양하며, 운영 자금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건설과 개발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발표된 증권투자위원회(ASIC)의 보고서에 따르면 약 4조 호주달러(약 3700조원) 규모에 달하는 호주 연금 자산 중 약 4분의 1이 신용 규제 기관의 감시를 받지 않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ASIC는 이들이 은행 규제가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비공개적이고 비유동적인 대출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연금 자금이 투명하지 않은 사모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ASIC는 현재 사모펀드 시장의 흐름이 20여년 전 발생했던 기업채권 파동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당시 호주에서는 비은행 대출 기관들이 사채(만기 확정형 채권)를 발행해 높은 수익을 약속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경기 둔화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부실 대출로 인해 연쇄적으로 파산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소매 투자자, 특히 은퇴를 앞둔 장년층이 큰 피해를 입었다.
호주 금융당국은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규제 부재, 투명성 부족, 이해 충돌 그리고 부동산과 같은 비유동적이고 위험한 자산에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현재 사모펀드 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이 확산되는 주된 원인은 글로벌 금융 위기(GFC) 이후의 규제 개혁에 있다. 자본 요건 강화로 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축소하면서, 그 공백을 비은행 대출 기관이 메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 시장이 지난 역사에서 배운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주요 주식 시장의 호황은 모두 규제 철폐, 대출 심사 완화, 규제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금융 혁신으로 인해 촉진됐지만, 결국 세계 금융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시장에 위기가 닥치고 있는 신호는 미국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 구매 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미국의 대형 자동차 금융 그룹인 트라이컬러 홀딩스와 퍼스트 브랜드 그룹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없는 성장이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기 침체 시 부동산 가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