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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영화계 ‘新 남방정책’, 물꼬 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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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0. 30. 17:00

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내달 5일 개봉
발리우드와 손 잡고 작품 교류 및 가수 진출
양측 이해 맞아떨어져…상대 문화 존중 선행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로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한국의 모홍진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고 베트남의 '국민 엄마' 홍 다오(오른쪽)와 인기 배우 뚜언 쩐이 출연한 작품이다./제공=싸이더스
한국 영화계의 '신(新) 남방 정책'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여러 한국 영화인들이 코로나19 등으로 위축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으로 눈을 돌려 콘텐츠 합작과 교류, 아티스트 진출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내는 중이다.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로 베트남 현지에서 흥행 가도를 달린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가 다음 달 5일 개봉에 앞서 지난 28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베트남 청년이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엄마를 한국에 살고 있는 생면부지의 형에게 맡기려 한국으로 떠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단순한 기술 교류가 아닌,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한국과 베트남 영화인들이 3년여간 협업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연출·각본을 맡은 한국의 모홍진 감독을 비롯해 모자로 호흡을 맞춘 베트남 '국민 엄마' 홍 다오와 인기 배우 뚜언 쩐, 정일우 등 두 나라의 인력이 힘을 합쳐 지난 8월 베트남 개봉 당시 상영 3주 만에 200만 고지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모홍진 감독 정일우
모홍진 감독(왼쪽)과 배우 정일우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밝게 미소짓고 있다./연합뉴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베트남에서 인기 몰이중인 정일우가 주인공 아버지의 젊은 시절 역으로 출연한 것에 대해 모 감독은 시사회에서 "정일우를 만나 '돈도 많이 못 드리는데 출연해주실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제의했는데, 한국과 베트남의 첫 합작 영화가 잘되기를 바란다며 아예 돈을 안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정일우는 "좋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감사해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화답한 뒤 "'…하이킥'으로 '베트남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베트남의 사위'란 별명이 또 생겼다"며 만족했다.

또 '육사오'로 베트남에서 한국 영화로는 역대 흥행 2위에 오른 박규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담당하고 베트남 자본과 제작진이 참여하는 코미디물 '사이공 오빠'는 내년 초부터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촬영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밖에 나홍진 감독과 손잡은 '랑종'으로 한국과 태국의 영화 교류에 불을 붙였던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은 한국 제작사인 루이스픽쳐스와 힘을 합쳐 심리 호러물 '타니'를 연출한다.

러브 인 베트남
인도와 베트남 합작 영화인 '러브 인 베트남'은 오는 12월 한국에서 개봉한다./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한편 한국 싱어송라이터 박시아가 OST에 참여한 발리우드(인도 상업 중심지 뭄바이의 옛 영어 지명인 봄베이에 할리우드를 더한 합성어로, 인도 영화 산업을 지칭하는 단어)와 태국의 합작 영화 '러브 인 베트남'은 오는 12월 공개된다. 정식 개봉에 앞서 다음 달로 예정된 프리미어 상영회에는 제작사 라핫 카즈미 필름 스튜디오(Rahat Kazmi Films Studios)의 회장이자 연출과 각본을 겸한 라핫 카즈미 감독과 제작진, 출연진 21명이 참석할 계획이다. 국내 배급을 맡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양국의 영화 교류를 위해 라핫 카즈미 스튜디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며 "라핫 카즈미 스튜디오는 박시아가 주인공인 영화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합작 열풍에 대해 한국·말레이시아 합작 영화를 기획중인 한 제작자는 "한국 영화 한 편의 평균 총 제작비가 130억원 가까이 뛰어오른 반면,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 시장만 바라보고 작품을 만들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우리는 그들의 시장과 제작비를, 그들은 K-컬쳐의 인기로 확인된 우리의 높은 창작 수준과 기술력을 각각 필요로 한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하철승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한국과 동남아·인도는 과거 식민지 경험이 있고 가족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등 감성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의외로 많다"면서 "그럼에도 각기 다른 서로의 문화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선행돼야 좋은 결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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