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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AP·로이터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사흘째 이어진 마라톤협상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즉각 휴전'으로 급한 불을 껐던 양국 대표단은 지난 25일부터 이스탄불에서 카타르와 튀르키예의 중재 하에 2차 평화 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회담의 목표는 도하에서 맺은 위태로운 휴전을 '지속 가능한 평화 및 국경 안보 체제'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흘간 이어진 협상은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파키스탄 보안 소식통들은 "아프간 탈레반이 대화 과정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한 소식통은 "파키스탄 대표단은 국경 너머 테러리즘에 대한 우리의 핵심 요구 사항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측은 이번 회담에서 아프간 탈레반이 자국 내 파키스탄 탈레반(TTP) 근거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관련 증거 자료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TTP가 탈레반 집권 이후 아프간을 안전한 피난처 삼아 파키스탄 내 테러 공격을 급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담에 참석한 탈레반 대표는 파키스탄 측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일축하면서 "전반적으로 회의는 잘 진행되었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여러 문제를 논의했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탈레반 측 대변인 역시 국영 방송을 통해 아프간 측이 "파키스탄이 아프간 영토와 영공을 침범하지 않고, 파키스탄 영토 내 반(反)아프간 세력 활동을 허용하지 말 것" 등을 담은 초안을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파키스탄의 '주권 침해' 문제를 부각했다.
결국 양측은 핵심 쟁점인 TTP 문제에 대해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만 달리다 아무런 공동성명 없이 회담을 마쳤다.
이스탄불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파키스탄-아프간 분쟁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그는 태국-캄보디아 평화 협정 서명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평화 노력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하지만 내가 그 문제를 매우 빨리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 지도자들을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즉각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파키스탄은 과거 인도와의 군사적 긴장 상황 당시 트럼프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던 만큼, 이번 발언에 크게 고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탈레반 정권에게는 미국의 개입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이스탄불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국경 지역의 총성은 멎지 않았다. 파키스탄 군은 26일 성명을 통해 회담이 진행 중이던 주말 동안 아프간 측으로부터 두 차례의 대규모 침투 시도가 있었고 이를 격퇴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 군인 5명이 숨지고 무장세력 25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2주 넘게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모든 국경 검문소가 폐쇄되면서 양국 간 교역은 완전히 마비됐다. 수백 대의 화물 트럭이 국경에 발이 묶이면서 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있고 이 역시 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