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입시주제 잘못 가르친 호주 학교들…수험생들, 시험 직전 벼락치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029010012207

글자크기

닫기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5. 10. 29. 17:39

'불운'으로 인정된 초유 사태…성적 구제 절차 적용
PEP20211025110401009_P2_20211025104813393 (1)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소재 페어베일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EPA 연합
호주 퀸즐랜드주(州)에서 대학 입학 시험을 목전에 둔 고3 수험생들에게 끔찍한 악몽이 현실이 됐다. 호주 주요 언론은 28일 퀸즐랜드 소재 8개 학교에서 주 교육 당국이 지정한 최종 시험 주제와 무관한 내용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1년 넘게 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면서, 수백명의 학생이 패닉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퀸즐랜드 교육과정평가원(QCAA)은 올해 12학년(한국의 고3에 해당) 고대사 대입 외부 시험 주제가 로마 공화정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였음에도 불구하고, 브리즈번 주립고등학교를 포함한 최소 8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카이사르의 양아들이자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 관한 내용을 주력으로 가르쳐 온 사실을 확인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전년 시험 주제였다.

고교 최종 성적의 25%를 차지하는 외부 시험은 사실상 한국의 수능과 같은 결정적인 평가 과정이다. 12학년 학업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기에, 학생들은 이미 전체 평가의 75%에 해당하는 내부 평가를 카이사르가 아닌 아우구스투스 관련 학습으로 마쳤다.

이 상황을 한국에 빗대면 1년 동안 ‘수학 나형’을 공부했는데 ‘수학 가형’ 시험을 보게 된 상황인 셈이다.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학교를 비롯한 교육 당국은 수습에 나섰다.

퀸즐랜드 교육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두고 “실수에 대해 깊이 사과하며, 학생과 그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폴 랭브룩 교육장관은 즉각적인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학생들이 이런 용납할 수 없는 오류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오류를 인정한 브리즈번 주립고는 지난 27일 저녁에야 사태를 파악하고 학부모들에게 긴급 이메일을 보냈다.

학생들에게 카이사르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시험을 하루 앞둔 28일 그리고 당일 아침에 ‘율리우스 카이사르 벼락치기’ 긴급 스터디 세션을 마련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는 ‘질병 혹은 불운 신청’이라는 특별 구제 절차가 적용된다.

이 제도는 수험생이 갑작스러운 중병이나 교통사고, 가족의 사망 등 통제 범위를 벗어난 불운한 사건을 겪었을 때 상황을 감안한 평가를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학교 측의 명백한 커리큘럼 오류가 불운으로 인정됐다.

QCAA는 “학교가 잘못된 내용을 가르친 상황을 고려해 채점 시 특별히 조정할 것”이며 “추가적인 성적 품질 보증 프로세스를 적용해 모든 학생이 공정하고 정확한 결과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QCAA는 퀸즐랜드 전체 172개 학교를 대상으로 긴급 점검을 진행하며 추가 피해 학교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평가 당국은 외부 시험 주제를 최소 1년 6개월 전에 학교에 통보했음에도 이런 대규모 오류가 발생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