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29분 추모 사이렌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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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0시29분께 서울 광화문 북광장에서 고(故) 윤성근씨의 아버지 윤석보씨(60)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3년 동안 달라진 것이 없다"며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참사 3주기를 맞아 기억식에 참여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보라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추모 사이렌이 울리자 광화문 광장에 있던 모두가 일제히 묵념했다. 일부는 선글라스를 썼고 누군가는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라고 적힌 종이 팻말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터져나오는 울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유족 중에는 외국인도 많았는데 슬픔을 나누는데 언어는 필요치 않았다. 진심어린 포옹이면 충분했다. 러시아 국적 고(故) 김악사나씨 어머니는 한국인 유족에게 "멀리 있는 우리를 대신해 싸워줘서 고맙다"며 울먹였다.
기억식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측은 처음으로 참석했다. 참사 이후 3년 만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부·국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으로 추모사를 영상으로 전했다. 이 대통령은 "즐거워야 할 축제 현장이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던 그날을 잊지 않겠다"며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 3년 만에 정부가 유가족과 시민들 곁에 섰다. 지난 3년간 우리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다"며 "정부가 함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것은 출발점이다. 오늘의 약속은 내일의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도 "진실을 충실히 밝혀 국민께 보고하겠다"며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정의와 회복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시민대책회의는 공동선언문을 함께 읽었다. 이들은 "공적 구조 활동이 왜 지연됐는지, 왜 정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그 답을 찾을 것"이라며 "특별조사위원회가 성역 없이 진실을 밝혀낼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