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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 뿔난 의료계…“현장 고려 없는 탁상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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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5. 11. 07. 16:12

“환자 생명 위협·응급체계 위협 우려”
“응급치료 면책·인프라 확충 우선돼야”
“최종 치료 무관…형사 책임 전면 면책해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왼쪽 두번째)과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119 강제수용 입법저지와 '응급실뺑뺑이' 해결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법안이 추진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응급실이 환자 수용을 강제하는 조항이 오히려 응급의료체계를 위협하고, 환자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현장 고려 없는 탁상행정"이라며 전면 반박했다.

개정안은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할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미리 '수용불가 사전고지'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하고, 전담 전문의를 최소 2인 1조로 배치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계는 "현장을 모르는 비현실적 법안"이라며 "응급실이 환자를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못 받는 것인데, 이를 행정적으로 강제하면 환자 피해가 커지고 응급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현장을 지켜온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이번 법안으로 사실상 토사구팽 당했다"며 "응급의학과 전공의 복귀율이 50% 미만이고, 응급의학 전문의 60%가 '5년 내 이탈'을 고려 중일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는 분리돼야 하며, 응급실이 모든 환자를 수용하도록 강제하면 오히려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배후진료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용이 불가하다고 고지해도 다른 병원으로의 재이송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절차만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병원 간 이송에 필요한 사설 구급차(EMS) 비용은 환자에게 전가돼 본인부담금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는 대안으로 △응급의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제도 도입 △상급병원의 경증환자 이용 제한 △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최종치료 인프라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권역센터나 외상센터 등 언제든 보낼 수 있는 최종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여 한다"며 "상급병원과 연계해 1차 응급처치 후 즉시 전원 가능한 취약지 응급의료기관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자발적으로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줄일 수 있는 장벽이 필요하다"며 "119 이송 환자의 절반가량은 경증인데 119가 데리고 오는 환자는 '응급' 환자라는 신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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