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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포항의 사계절을 걷다…‘포항 12경’ 따라 만나는 동해안 감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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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국 기자

승인 : 2025. 11. 14. 06:00

내연산 자락 40리 흘러가는 12폭포 비경 연출
동해안 최대 규모 영일대해수욕장 야경 압권
깨끗해진 동반내향 새 물길따라 크루즈 씽씽
경북도수목원 17만9226본의 나무와 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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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제산 항공
동해안에 가면 비슷한 바다 풍경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포항을 가보지 않은 것이다. 바다 위 철길처럼 구불구불 올라가는 스페이스워크의 철재 곡선에서부터 새벽 수평선 위 첫 해가 떠오르는 호미곶까지, 포항의 풍경은 단순한 '동해 바다'라는 단어로 묶을 수 없다. 이 도시에는 '포항 12경(景)'이라 불리는 사계절 언제나 여행이 가능한 코스가 있다. 바다의 생명력, 철의 강인함, 근대한 문화자산, 그리고 새벽·노을·야경의 결이 한 도시 안에서 겹겹이 중첩되는 도시를 보여준다.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밤을 지내며 시간을 넣어두고 싶은 여행. '포항 12경'은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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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떠오르는 희망을 마주하는 '호미곶 일출'
조선의 풍수지리학자 남사고(南師古)가 '동해산수비록(東海山水秘錄)'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백두산은 코, 이곳을 꼬리에 해당한다고 묘사하면서 천하의 명당이라 했다. 육당 최남선은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주소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로 136 한반도를 묘사하면서 일출 제일의 이곳을 조선 10경의 하나로 꼽았다. 상생의 손은 새 천년을 축하하며 희망찬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1999년 12월에 완공됐고 국가 행사인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축전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육지에선 왼손, 바다에선 오른손이 있으며, 새 천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서로를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만든 조형물로서 두 손이 상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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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폭포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대자연의 참맛 '내연산 12폭포 비경'
북구 송라면의 동북쪽에 위치한 내연산(710m)은 12개의 폭포를 간직하고 있으며, 해발고도만 따지면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다. 하지만 해안 가까이에 솟아올라 있어 내륙의 엇비슷한 높이의 산보다는 휠씬 더 높고 우뚝해 보인다. 내연산 자락을 굽이굽이 감돌며 40리가량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바로 청하골이다. 내연산 말고도 문수산(622m), 향로봉(930m), 삿갓봉(718m), 천령산(775m) 등의 준봉들이 둘러져 있다. 특히 이곳에는 폭포와 소(沼)가 많아 다양한 형태의 폭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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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고즈넉한 산사의 특별한 정취 '운제산 오어사'
운제산(482m)은 옛 연일현의 진산으로 원효대사가 수도하며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암자가 기암절벽에 있어서 내왕이 어려워 구름다리로 서로 오가고 했다해 운제산이라 했다는 설과 신라 2대 남해왕비 운제부인 성모단이 있어 운제산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과거에 자장, 원효, 혜공 등 고승들이 이 산에서 수도하였다고 전해진다. 운제산을 끼고 휘돌아 나가는 계곡물이 보듬어 안은 오어사는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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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와 석양이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걷는 힐링로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은 한반도 지도에서 일명 호랑이 꼬리 부분으로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어 나와 있는 동해면과 구룡포, 호미곶, 장기면까지 해안선 58㎞를 연결하는 트레킹 로드다. 한반도 최동단 지역으로 해맞이와 석양이 아름다운 천혜의 해안을 따라 기암절벽과 찰랑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무념무상으로 한나절 걸을 수 있는 힐링로드로 전국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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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 아름다운 '영일대&포스코야경'
영일대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1,750m, 너비 40~70m, 면적 38만㎡로, 동해안 최대 규모다. POSCO와 영일만이 보이며, 백사장의 모래가 고와 가족단위 피서지로 적합하다. 포항여객선 터미널에서 두호동 설머리까지 1.2㎞ 구간에 나무데크, 산책로, 야외무대, 자전거도로, 해송 터널 이벤트 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50여 개 횟집이 밀집해 있어 포항의 명물인 물회, 모둠회 등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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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물길을 달리는 도심 속 관광레저형 '포항운하'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육지 내 항구인 동빈내항은 송도, 죽도, 해도 등 5개의 섬 사이로 흐르는 형산강과 영일만 바닷물이 만나던 곳으로 예로부터 포항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항구였다. 2013년 11월 2일 이 물길은 포항운하를 통해 생명의 물길로 재탄생했다. 전체 3.3㎞의 '멈춰진 물길' 가운데 1.3㎞구간이 통수돼 새 물길이 흘러들면 나머지 2㎞의 오염된 내항도 수질개선 효과를 가져와 결국 전체적인 '생태복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40여 년간 동빈내항에 갇혀 썩고 있는 생활폐수는 사라지고, 새로운 이 물길을 따라 크루즈가 운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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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딛는 걸음마다 낭만이 가득한 '경북도수목원 사계'
청산의 기운이 감도는 내연산 남쪽 산줄기 600m 고지에 조성한 경북도수목원은 자연학습장, 총 3222ha 부지에 1510종 17만9226본의 나무와 풀이 식재돼 규모면에서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 전시실에는 목재 표본과 약용 식물 야생동물 박재 등을 전시하고 야외에는 인공연못을 만드는 등 휴식공간을 조성됐다.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학습 및 휴식공간으로 활동할 수 있고 아름다운 인공 연못이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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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절경 동해면 해안을 따라 설화 속으로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삼국유사 권1에 수록된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는 우리나라 유일의 일월신화(해와 달이 이 세상에 있게 된 내력을 밝히는 이야기)이자, 포항지역의 대표 설화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157년)동해 바닷가에 사고 있던 연오(延烏)와 세오(細烏) 부부가 일본으로 가게 되면서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가, 일본에서 보내 온 세오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다시 빛을 회복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를 스토리텔링화해 조성한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천혜의 절경 동해면 해안에 위치해 있다. 연오랑세오녀 이야기 벽을 시작으로 한국뜰과 방지 연못,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는 일월대, 나루쉼터, 산마루 정자, 연오랑세오녀가 타고 간 듯한 거북바위, 초가집으로 조성된 신라마을, 철예술뜰의 예술작품 등 다양한 공원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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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간 포항을 달리던 기찻길이 시민친화공간 변신 '철길숲&불의정원'
약 100년간 기차가 달리던 남구 효자역과 옛 포항역 사이 4.3㎞ 구간이 2015년 KTX포항역 이전으로 시민친화공간인 철길숲으로 변신했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 왕벚나무, 노거수,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480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도심의 허파와 같은 기능을 한다. 2017년 3월 철길숲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관정 굴착 중 지하 200m 지점에서 나온 천연가스에 불꽃이 옮겨 붙었는데 '금방 꺼질 것'이란 예측과 달리 불이 계속 타오르자 시는 주변에 방화유리를 설치하고 '불의 정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불꽃은 7년 6개월 동안 유지되다 2024년 9월 경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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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살이 가득한 포항의 숨은 비경 '죽장하옥계곡'
약 12㎞의 하옥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는 69번 지방도는 상옥리 쪽의 3㎞ 정도 제외하고는 모두 흙길이다. 따라서 하옥계곡은 물놀이와 오토캠핑을 하기에도 좋지만 오프로드 드라이브 코스로도 최적이다. 하옥계곡은 동대산·내연산·향로봉·매봉·삿갓봉 등의 서쪽 기슭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계곡이다.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계곡에는 늘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고, 자연 풍광은 순수하고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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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적 침입 막은 호국유적지와 유배 왔던 지식인들이 탄생시킨 유배문화 한 곳에 '장기읍성&유배문화체험촌'
장기읍성은 장기면 동악산에서 동쪽으로 뻗은 등성이에 있으며 그 구릉 아래쪽으로는 장기천이 동해로 흘러 현내 들판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향교만이 이 고장 주민들에 의해 복원 유지되고 있고, 성벽은 허물어진 곳이 대부분이었으나 복원중이다. 읍성은 일찍부터 동해안을 지키는 다른 읍성들과 같이 중요한 군사기지였다.
포항시 장기면 일대는 조선시대 선비 100여명이 유배를 다녀간 곳으로 유명하며,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과 같은 석학과 거물학자들이 회한의 눈물을 흘렸던 땅이다. 유배인들은 고난속에서도 서책을 탐구하고 시문과 저서를 쓰고 지역 선비들을 교육하며 독특한 유배문화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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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아픈 역사를 보존하고 기억하는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구룡포에 가면 100여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일본 가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거류지였던 구룡포 읍내 장안동 골목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직도 일본풍이 물씬 풍겨난다. 가옥 뒷산은 일본인들이 손수 만든 공원이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공원이 나오고 그 안에 선원들의 무사고를 빌던 용왕당도 보인다. 이 계단과 비석에 세워진 것을 일본인에 의한 것으로 1920년대쯤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집단거주지를 만든 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공원을 꾸미고 비석에 이름을 새겨놓았었는데, 일본인들이 떠나자 시멘트를 발라 기록을 모두 덮어버린 뒤 비석을 거꾸로 돌려 그곳에 구룡포 유공자들의 이름을 새겼다고 한다. 돌계단에 걸터앉아 일본인 골목을 바라보면 1920~30년대 한국속의 일본을 엿볼 수 있다. 사라진 흔적들이지만 오래도록 역사에 남겨야 할 현장임에 틀림없다.
장경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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