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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셧다운 혼란 가중…트럼프 행정부, 각州 ‘저소득층 식비 지원금’ 집행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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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1. 10. 09:48

주들 "행정 마비 불가피" 반발…"국민 밥상까지 정치의 볼모로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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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더글러스 국제공항 보안 검색대 앞에서 승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샬럿 더글러스 공항을 포함한 40개 주요 공항에서 항공편 감축을 지시했다./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40일째를 넘기며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의 전액 지급을 강행한 주(州) 정부들에 "즉시 지급을 되돌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이 전액 지급 명령을 일시 중단하자, 행정부는 이를 근거로 주정부들에 '무단 집행'을 이유로 철회를 요구하며 연방 보조금 삭감 등 제재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이미 법원 명령에 따라 자체 예산을 투입한 주들이 적지 않아, 현장에서는 "행정 마비와 재정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장기화한 셧다운으로 SNAP 예산이 11월 1일부로 소진되면서 시작됐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핵심 식비 보조 제도가 중단되자, 여러 주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로드아일랜드와 매사추세츠 법원은 주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전액 지급을 명령했고, 각 주는 즉시 주민들의 카드에 식비 지원금을 충전했다.

하지만 7일(현지시간)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는 하루 뒤인 8일 각 주의 SNAP 담당국장들에게 "11월분 전액 지급은 승인되지 않은 행위"라며, 모든 조치를 즉시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패트릭 펜 농무부 차관보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연방 지원금 삭감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사추세츠의 모라 힐리 주지사(민주당)는 "대법원 결정 전 농무부 지침에 따라 이미 주민들의 카드에 지원금이 충전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돈을 회수하려 한다면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의 식탁을 빼앗는 싸움이 아니라, 자신이 멈춰 세운 정부를 다시 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알래스카의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자체 예산으로 주민을 지원한 주까지 제재하겠다는 건 충격적"이라며 "굶주림을 막으려는 주정부를 벌하는 일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의 웨스 무어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지난 6일 동안 서로 다른 지침을 네 번이나 받았다"며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혼란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스콘신의 토니 에버스 주지사도 "우리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합법적으로 지급했다"며 철회 명령을 거부했다. 그는 "약 70만 명의 주민과 27만 명의 아이들이 식료품을 살 수 있도록 지원금을 지급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여 개 주정부는 공동 성명을 통해 "행정부의 일방적 번복으로 수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행정 마비와 대규모 주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SNAP 지급이 멈추자, 각지의 푸드뱅크(무료급식소)에는 줄이 끝없이 늘었고, 일부 가정은 식비를 아끼기 위해 약을 줄이거나 필수품 소비를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을 정치적 지렛대로 삼아 저소득층의 식탁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원은 주말 내내 협상을 이어가며 SNAP 전액 지원과 주정부 선지급금 보전을 포함한 초당적 예산안을 마련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보조금 복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주도권을 쥐기 위해 셧다운을 방치하고 있다"며 "그 결과, 가장 약한 시민들이 굶주림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치적 셧다운이 행정을 마비시켰고, 이제는 국민의 밥상까지 볼모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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