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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장인정신 깃든 초럭셔리 SUV... 레인지로버 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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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수 기자

승인 : 2025. 11. 22. 08:00

플래그십 SUV의 기준… 레인지로버 SV
정밀한 모더니즘으로 완성한 존재감
3톤 육박 무게에도 '물 흐르는 듯한' 주행
사진_올 뉴 레인지로버 SV (3)
올 뉴 레인지로버 SV./JLR
'올 뉴 레인지로버 SV'는 도로 위에서 말수가 적은 차다. 가속할 때의 진동과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고, 노면을 소화하는 능력은 물 위를 떠다니 듯 매끄럽다. 플래그십 SUV의 기준점을 삼을 모델을 찾고 있다면 레인지로버 SV가 제격이다.

랜드로버는 55년 동안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을 통해 '모던 럭셔리'를 정의해왔다. 이번에 선보인 SV는 그 정점에 놓인 모델로, SVO가 직접 손본 맞춤형 소재와 전용 터보 V8 파워트레인을 통해 브랜드가 말하는 최고급 SUV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겉모습은 이전 세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디테일 변화로 감각적 밀도를 높였다. 레인지로버의 상징인 낮게 흐르는 루프 라인, 강한 웨이스트 라인, 후면에서 솟아오르는 실 라인 등 3대 요소는 여전히 뚜렷하다. 여기에 글로스 블랙 패널을 활용한 후면부, 단차를 최소화한 글레이징 처리, SV 전용 5바 그릴과 새틴 크롬 블레이드를 더해 존재감을 완성한다.

사진_올 뉴 레인지로버 SV 인테리어
올 뉴 레인지로버 SV 인테리어./JLR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촉감'이다. 고급 시계의 페이스 제작 기술을 활용한 화이트 세라믹 SV 라운델, 도금 메탈, 세미 아닐린 가죽은 만지는 순간 밀도와 온도가 분명히 다르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보다 먼저 '공예품'에 손을 올린 듯한 느낌이다.

롱 휠베이스 모델 특유의 여유로운 공간에 SV 시그니처 스위트(4인승) 구성은 퍼스트클래스 좌석에 가깝다. 최대 16도 리클라이닝, 14개 마사지 프로그램, 도어 팔걸이 히팅, 전동식 클럽 테이블, 다팅턴 크리스털 잔까지 포함된 냉장 박스는 '2열이 주인공인 차'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SV에 탑재된 V8 4.4L MHEV 엔진은 615마력, 76.5kg·m의 힘을 발휘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고성능 SUV 범주에 들어가지만, 실제 주행 감성은 '출력보다 정숙성'을 앞세운다. 0→100km/h 도달 시간은 4.6초. 그러나 이 차는 속도보다 힘의 소리를 숨기는 방식으로 성능을 설명한다.

가속 페달을 절반 정도 밟는 순간, 차체는 무게를 잊은 듯 매끈하게 미끄러진다. 엔진음은 짧게 수평으로 눌러놓은 듯 낮고 단정하다. 회전 질감이 정제돼 있어 고회전에서도 기계적 폭발음보다 '두터운 베이스 톤'만 전달된다.

48V MHEV 시스템은 감속 시 회수한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스타트·스톱 작동 충격을 제거한다. 3톤에 가까운 차체임에도 신호대기 후 출발이 유난히 올곧고 부드럽다.

사진_올 뉴 레인지로버 SV (1)
올 뉴 레인지로버 SV./JLR
레인지로버의 핵심은 승차감이다. 이번 세대에서 MLA-Flex 아키텍처와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다이내믹 리스폰스 프로, 올 휠 스티어링이 결합하며 한층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노면 잔진동을 통과시키지 않는 방식이 매우 영리하다. 차체가 노면을 '넘어간다'기보다, 노면을 '지워나가는' 느낌에 가깝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정말 안락하고 부드럽지만, 코너에서 기울어짐을 억제해 안정감이 뛰어나다. 올 휠 스티어링은 저속에서 회전 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 차체 흔들림을 잡아준다. 길이 5.25m의 LWB 모델임에도 도심 회전이 자연스럽다.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시스템은 실내로 유입되는 주파수 대역을 능동적으로 필터링해 '엔진·노면·풍절음' 삼박자를 거의 차단한다. 특히 타이어 트레드 소음이 사라진 정적은 경쟁 브랜드와 확실히 차별되는 부분이다. 이 정숙함 위에서 메리디안 1680W 사운드 시스템의 밀도 높은 소리가 건반 위를 거닐 듯 명료한 소리를 낸다.

13.1인치 커브드 플로팅 글래스 디스플레이는 이번 세대에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피비 프로(Pivi Pro) 인터페이스는 주요 기능 두 번 탭으로 대부분 조작할 수 있어 사용감이 빠르고 직관적이다. ADAS 구성도 플래그십 수준으로 강화됐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2,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 액티브 리어 디퍼렌셜, 어댑티브 오프로드 크루즈 컨트롤 등이 포함되며, 오프로드에서는 최대 30km/h에서 지형을 스스로 판독하며 속도를 맞춘다.

사진_올 뉴 레인지로버 SV (2)
올 뉴 레인지로버 SV./JLR
국내 고급 SUV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동화 시대에도 럭셔리 소비층은 'SUV·대배기량·개별 맞춤 옵션' 선호가 뚜렷하고, 브랜드 헤리티지와 맞춤형 고급소재가 구매 결정에 강하게 작용한다. 이 시장에서 레인지로버 SV는 '역사성, 정숙성, 비스포크'라는 3요소로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한다. 특히 세라믹·가죽·금속을 활용한 장인적 소재 전략은 경쟁사 대비 뚜렷한 차별점이다.

615마력 V8에도 불구하고 폭발적 성능보다 고요함과 여유를 내세우는 주행 철학 역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요소다. 소비자에게는 '가속보다 분위기'를 중시하는 선택지로 읽힌다.

올 뉴 레인지로버 SV는 단순한 '고성능·고급 SUV'가 아니다. 움직임·질감·정숙성으로 고급스러움을 설명하는 방식은 여전히 레인지로버만의 것이다. 장식을 줄이면서도 감성품질을 높인 모더니즘 디자인, 절제된 힘, 그리고 퍼스트클래스급 2열 구성은 이 차가 왜 플래그십 SUV 시장의 기준으로 불리는지 다시금 입증한다.

615마력의 대형 SUV가 이렇게 조용하고 우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레인지로버의 존재 이유다.
남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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