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SD용 PMIC 양산 시작
|
남이현 파두 대표이사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4일 서울 강남구 소재 본사에서 열린 CTO 주관 '테크프레스 데이 2025'에서 이같이 밝히며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을 제시했다. 남 대표는 "무어의 법칙과 데나드 스케일링이 멈춘 뒤에는 공정 미세화만으로 성능 향상이 불가능하다"며 "전력·발열·지연시간을 모두 고려한 아키텍처 혁신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남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데이터는 폭증했고 GPU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빨라졌지만, 시스템 전체는 가장 느린 요소에 발이 묶인다"며 "AI 모델이 커질수록 SSD 접근이 병목이 되고 있으며 엔비디아조차 스토리지 최적화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SSD가 단순 저장장치가 아니라 AI 추론 QoS를 좌우하는 핵심 컴퓨팅 자원"이라고 말했다.
파두가 기존 SSD 컨트롤러와 다른 아키텍처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남 대표는 "범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여러 개 붙여 성능을 끌어올리던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며 CPU 코어가 늘어날수록 전력과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낸드 플래시에 배분할 파워도 줄어든다"며 "그래서 우리는 전체 연산 중 가장 빈번한 연산을 하드웨어로 가속하고, 복잡한 소프트웨어 구조를 걷어낸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택했다"고 말했다.
남 대표에 따르면 이는 단순히 SSD 한 개를 빠르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허용하는 전력 한도 안에서 최고 성능을 끌어내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다. 그는 "고객사들은 '22W 안에서 어떤 성능을 뽑아낼 수 있느냐'를 보는데 컨트롤러가 전력을 덜 해야 낸드가 최대한의 성능을 낼 수 있다"며 "아키텍처 자체의 전력 효율이 경쟁력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
전력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도 기술 철학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남 대표는 "데이터센터 전력은 이미 국가 단위 규모"라며 "PMIC는 기존 칩 대비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전체 TCO를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파두는 이미 글로벌 고객사와 SSD용 PMIC 양산을 시작했다.
그는 파두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기술만 좋다고 끝이 아니라 '양산을 할 수 있느냐',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느냐', '글로벌 공급망에서 신뢰받을 수 있느냐'가 모두 검증돼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FPGA 시제품에서 시작해 첫 칩, 첫 데이터센터 인증, 첫 양산까지 걸린 시간이 10년이었다"며 "이제야 글로벌 빅테크와 같은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에서는 세계 최고지만, 메모리와 서비스 사이의 중간 영역은 비어 있다"며 "파두는 이 '블랭크 영역'을 채우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AI 인프라는 이제 전 분야의 통합 최적화를 요구한다. 파두가 그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