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국내 중기 인수문의 지속
중소 M&A '절대 표준' 구축 목표
기술 기반 종합금융사 확장 구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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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후계자가 승계를 원치 않는 순간 가업의 고리는 끊긴다. 여기에 대표의 고령화까지 겹칠 경우 존망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아낼 현실적 방안이 바로 M&A(인수합병)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수의 대표들은 '회사를 판다'는 행위 자체를 꺼린다. 가업 승계를 미덕으로 여기는 오래된 인식과 기업 매각을 실패나 후퇴로 보는 왜곡된 시선 때문이다.브릿지코드가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이 회사는 연간 3000건 이상의 상담을 기록하며 중소기업 M&A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M&A 절차·문서·가격 구조를 표준화하고 AI(인공지능) 기반 분석 체계를 도입해 상담 및 자료 산출을 자동화·시각화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브릿지코드 본사에서 만난 박상민 대표는 "국내에서는 M&A가 너무 무겁고 어렵게 인식되지만, 사실 누구나 접근해야 하는 제도"라며 "우리는 그 과정을 캐주얼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사회의 '기업 매각'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은 오르면 자연스럽게 매도하면서도, 기업 매각은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기업을 유지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즉, 잘 키워온 기업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단 뜻이다. 이에 그는 "전문경영인이 자리 잡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더 잘할 수 있는 곳에 회사를 넘기는 것이 구성원과 시장 전체의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승계 공백을 더 빠르게 겪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초저출산으로 후계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모든 기업이 마주한 과제지만, 지방 기업은 자녀의 수도권 정착과 지역 인구 유출이 겹치며 승계의 어려움이 더 크게 나타난다. 박 대표는 "지금 환경에서는 M&A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고 단언했다.
국내 M&A 시장이 더딘 또 다른 이유로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절세 목적의 관행으로 매출이 누락되거나 이익이 축소된 재무제표가 많고, 인수 측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 경영진 간 세대 차이로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도 흔하다.
일본은 제도적 기반을 갖추며 이 과정을 흡수해 왔다. 정부가 전국에 M&A 지원센터를 확대하고 절차를 표준화했으며, 세제 혜택을 통해 거래 기반을 강화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중소·중견 M&A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이 극히 제한적이다. 브릿지코드는 이 공백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다.
실제 브릿지코드 집계에 따르면 한 달 평균 약 260개 중소기업이 지방에서 용산 본사를 방문한다. 그만큼 M&A에 대한 수요는 높다.
활동 범위는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 판매·시장 데이터를 확보해 왔으며, 최근에는 해외 기업이 한국 중소기업을 인수하려는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회사 내부에는 영어와 중국어에 능숙한 인력이 배치돼 있어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사업 구조와 재무 정보를 재정리하고, 실사 과정까지 연결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검증된 매칭 방식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걸 여러 사례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박 대표는 향후 3~5년 안에 국내 중소벤처 M&A의 '절대 표준'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기반 종합금융사로 확장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홍콩·싱가포르 금융허브에는 일본·중국·유럽 금융사 이름만 가득한데 한국 금융사는 거의 없다"며 "한국도 금융 선도국이 될 수 있고, 브릿지코드가 그 출발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중소기업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계가 어려운 시대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수단은 결국 M&A다. 누군가는 이 시장을 만들어야 했고, 우리는 그 역할을 사명감을 갖고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