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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틱톡 논란의 본질, 콘텐츠가 아닌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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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승인 : 2025. 12. 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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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법 당국이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대해 '청소년 자살 조장'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의회가 올해 발표한 독립 조사 보고서와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최신 연구는 틱톡 알고리즘의 구조적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프랑스 국회 하원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틱톡을 "청소년을 위협하는 최악의 소셜 미디어(SNS)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특히 미성년자 접근 통제 부실, 유해 콘텐츠 필터링의 체계적 취약성, 취약 사용자의 유해 콘텐츠 반복 노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위원회는 틱톡의 추천 시스템에 대해 "정교한 알고리즘이 기존의 심리적 취약성을 증폭시키며 자해·자살 콘텐츠의 노출을 가속한다"고 결론지었다.

파리 검찰은 사건을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틱톡에 '자살을 유도하는 상품·방법·콘텐츠에 대한 선전의 장을 제공한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수사 직전 발표된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는 틱톡의 구조적 위험을 구체적 데이터로 뒷받침했다. 앰네스티 연구팀이 프랑스 내 13세 계정 3개를 실험한 결과, 관심 표시 없이도 5분 이내에 슬픔, 우울 등 부정적 내용을 포함한 영상에 노출됐으며 15~20분 내 추천 영상의 절반가량이 정신건강 관련 콘텐츠였다. 틱톡을 시작한 지 45분 만에 자살 생각을 표현하는 영상이 등장했으며, 이러한 결과는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를 '토끼 굴'에 비유했다. 첫 노출은 매우 빠르고 동일한 내용의 콘텐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제공되며,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어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연구를 통해 틱톡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집행위원회(EC)가 강력하게 제재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개별 유해 영상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취약한 청소년에게 작동하는 방식이다. 틱톡이 자살을 조장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노출 확대, 참여 극대화, 사용자 유지라는 목표로 설계된 알고리즘이 청소년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자기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정체성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이 이러한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과 결합할 때 위험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서 10일부터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대대적인 '디지털 셧다운'이 시작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2026년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연령 인증 시스템 도입을 공동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단순 금지가 해결 방법은 아닐 것이다.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고, 연령에 맞는 접근권을 보장하며 청소년들이 온라인 세계를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되, 그들의 목소리가 존중되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이번 수사가 특정 플랫폼에 대한 처벌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규범이 제정되는 분기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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