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2기 NSS ‘세계전략 재편’이 아닌 ‘부담 구조 재편’
무기구매·산업부담까지 동맹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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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가안보전략(이하 NSS)의 핵심은 단 하나다.
"미국의 부담은 줄이고, 동맹의 몫을 키우겠다."
NSS 문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러·북에 대한 압박 수위 조절이다. 바이든 정부가 2022년 NSS에서 중국을 '가장 포괄적 위협'으로, 러시아를 '급박한 군사 위협'으로 규정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문서에서는 경쟁을 관리하고 충돌을 피하는 현실적 조정이 강조된다.
중국에 대해선 '전략적 경쟁자'라는 표현을 유지하면서도 위기관리 메커니즘 구축, 경제·기술 경쟁의 안정적 관리가 반복된다. 미국의 대중 강경 기조가 유럽 산업계와 자국 제조업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과거의 제재 압박보다 "유럽이 스스로 안보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이 앞선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내 피로감이 커진 가운데, 유럽의 군비 증강과 무기 조달 부담을 조건부로 전가하는 구조다.
북한에 대한 표현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경고는 유지했지만, 군사적 대응 강화라는 표현은 다소 약화됐고 "협상 기회 유지"가 언급됐다. 이는 트럼프 1기 '하노이 회담' 이후 남아 있는 비핵화 협상 복귀 가능성을 트럼프식 방식으로 재가동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 안보전략 변화에 즉각 반응했다. 7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NSS 문서의 의미는 긍정적이며, 이전 美바이든정부의 접근과는 뚜렷이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페스코프는 아울러 "새로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분석이 끝난 뒤 보다 포괄적 견해를 제시하겠다"고 밝혀 트럼프式 전략 변화가 러시아의 대미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대국 압박 조절' 뒤에는 훨씬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바로 동맹국을 향한 비용 전가(Burden Shifting) 이다. 문서 곳곳에는 "동맹국은 공정한 몫(Fair Share)을 부담해야 한다", "지역 안보는 지역 국가의 책임"이라는 문구가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아니라, '방위·산업·조달·기술' 분야까지 포괄하는 4중 부담 구조를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4중 부담 구조는 한·미 동맹의 경우 실제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다음과 같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째, 주한미군(USFK) 현대화 비용과 연합훈련 비용을 한국이 더 많이 부담하라는 요구가 제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美육군대장)은 지난달 17일 한반도를 중·러·북 견제의 '전략적 중심축'으로 규정하고, 평택·오산 미군기지가 베이징·블라디보스토크·평양을 근거리에서 압박하는 핵심 기지임을 강조한 바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또한 주한미군이 제1도련선 안에 상시 배치된 유일한 美지상군 전력임을 명확히 하며 그 전략적 의미를 부각했다. 이는 美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이 "한반도→제1 도련선→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전진 억제 구조임을 시사한다.
즉, 브런슨 사령관의 '뒤집힌 지도 메시지'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한반도가 미국 전략의 가장 앞선 방어선이자 공격 축"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각인시키는 강한 시그널이라는 군사전문가들의 분석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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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핵심 장비에 대한 미국의 직접 개입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이 독자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졌다. 북핵 고도화와 미군 개입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면, 한국은 K-핵억지 논쟁, 장거리 타격력, K-SSN(핵추진잠수함) 등 자립형 전력 강화 논의가 불가피하다.
네째, IT 반도체 칩 조선 분야등 핵심 민간 하이테크 부분에 대한 대미 생산시설 및 기술이전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더욱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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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은 ▲대중 견제 역할 확대, ▲연합방위 비용 증가, ▲첨단 무기·기술 조달 부담, ▲자체 억지력 강화라는 4중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트럼프의 NSS 전략문서는 결국 미국의 전략적 후퇴를 동맹의 전진으로 메우라는 구조조정 문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겉으로는 "강력한 미국 복원"을 외치지만, 실제 의미는 "그 비용을 동맹이 더 부담하라"는 메시지다.
한국은 이제 단순히 '한·미 공조 강화' 수준이 아니라, 미국 없는 억지력 시나리오까지 검토해야 하는 새로운 안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