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디어법 헌재 판례 재조명
"헌법이 전제하는 의회운영 기본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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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국회를 관람 온 초등학생들이 관람석에서 본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이병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9일 본회의에 상정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이 본회의장에 재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토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행법도 24시간 경과 시 강제 종결을 허용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토론 종결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 여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법 왜곡죄 신설·공수처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법안들에 대해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잇따를 경우 처리 지연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필리버스터는 단순히 법안 표결을 지연시키는 기능을 넘어 다양한 의견이 공개적으로 충돌하고 설득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장치다. 필리버스터는 유신 시절인 1973년 국회법 개정으로 사실상 폐지됐다가 '몸싸움 국회'에 대한 반성으로 2012년 국회선진화법(현 국회법)과 함께 39년 만에 부활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 제106조의2에 명시된 절차로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서를 제출하면 의장은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 과반이 아닌 3분의 1로 요건을 정한 것도 소수 의견이 본회의장에서 실질적으로 개진될 통로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2009년 미디어법 가결 선포 권한쟁의 사건에서 국회 심의 절차의 헌법적 의미를 밝힌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의회주의 이념의 핵심은 의원들이 국정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심의 과정을 거친 후 표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는 데 있다"며 "의회주의 이념이 실현되기 위해선 자유로운 질의와 토론, 소수의견의 존중과 반대의견에 대한 설득이 전제되어야 한다. 질의·토론 과정에서 소수파의 토론 기회를 박탈하거나 아예 토론 절차를 열지 않은 채 표결을 진행하면 결과적으로 국회의 기능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 헌법연구관 출신 교수는 "현재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그럴수록 국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론 없이 표결만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반복되면 입법의 정당성은 물론 국민 수용성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리버스터 문턱을 지금처럼 높여 놓은 선진국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소수 의견 보호는 특정 정당의 이해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전제하는 의회 운영의 기본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은 다수지만 내일은 소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리버스터는 결국 여야 모두의 안전장치"라며 "이 장치를 허물면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