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과 결혼 후 연기·작품 선택 기준 넓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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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를 연기한 공효진은 최근 서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영화 개봉을 또렷하게 겪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는 그는 "'가장 보통의 연애' 당시에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 병행으로 홍보도 거의 못 했고 인기의 체감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네 명이 함께 해 부담도 덜었다"고 말했다.
작품 선택의 이유에는 감독 하정우에 대한 신뢰가 자리했다. 공효진은 초기 대본을 떠올리며 "감독님의 색이 거의 없었는데 원작을 읽고 느낀 감정과 감독님이 말하는 방향이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 판단도 비슷해 자연스럽게 믿음이 형성됐다.
함께 출연한 이하늬에 따르면 공효진은 현장에서 '프로듀서 역할'을 해냈다. "프로듀서라기보다는 잔소리꾼에 가까웠죠. 정아가 여성 캐릭터이다 보니 문 여는 방식이나 앉는 자세 같은 디테일에서 의견을 자주 냈고 그런 대화들이 쌓이면서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정아를 중심 서사로 끌어오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관객이 감정을 따라갈 창구가 필요했고 그게 정아라고 생각했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성향은 실제 공효진과도 닮아 있어 접근이 자연스러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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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과정은 많은 대사량만큼 밀도 있게 이어졌다. "셋이 항상 붙어 대사를 외웠다. 김동욱이 예씁을 빨리 하는 편이라 그 흐름을 따라갔고, 순차 촬영 덕분에 감정이 끊기지 않았다"고 했다. 후반부에 극중 정아와 현수(김동욱)의 감정신에서는 모두가 예상 못하게 울컥하며 감정이 커졌다고 회상했다.
공효진은 13년 전 영화 '러브픽션'에서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때는 남녀가 대립하는 구조였지만 이번에는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 현장을 책임졌다. 현장에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던 감독 하정우가 포화 상태일 때는 질문을 미루며 양해하며 서로를 이해했다.
관객 반응 중 가장 의외였던 지점은 '피카츄'였다. '피카츄'는 하정우 감독이 확신한 대사이기도 했다. "촬영 때는 다들 무덤덤했고 '유치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부산영화제에서도 시사회에서도 그 부분에서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코미디는 만드는 사람이 제일 모르는 법이라는 걸 또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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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기의 공백은 그에게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처음으로 '쉬어도 된다'는 감각이 왔다. 케빈과 연애도 하고 부담 없이 쉬며 나를 돌아봤다. 그런데 일에서 멀어지니 삶의 에너지가 빠지는 느낌이었다. '연기가 내 중심'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된 시간이었다.
결혼 이후 연기에 대한 태도도 한층 분명해졌고 차기작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넓어졌다. "연기가 버거운 일이 아니라 내 삶의 핵심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현장에서 감독을 돕는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고, 작품을 보는 눈도 넓어져 요즘은 정말 즐거워요. 예전에는 새로운 장르나 캐릭터가 두려웠지만 지금은 액션도 배우고 있고 사극이나 강한 직업극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에 담긴 의미에 대해 "폐쇄된 공간에서 네 사람이 말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품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다"며 "무대극처럼 강약과 리듬을 맞춰 하모니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큰 경험이었다"고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