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시네마산책]유재석 없는 극한의 생존 리얼리티쇼 ‘더 러닝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09010004746

글자크기

닫기

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2. 09. 13:41

빈부 격차·미디어 폐해 비판하는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영화화
리드미컬한 연출 돋보여…韓촬영감독 정정훈의 비주얼 일품
글렌 파월 액션 연기 수준급…두루뭉술한 감정선 처리 아쉬워
더 러닝맨
실직자가 된 '벤'은 아픈 딸의 약값을 구하려 극한의 생존 게임 '더 러닝맨'에 출연한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꼿꼿한 성격 탓에 직장에서 해고된 '벤'(글렌 파월)은 아픈 딸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리얼리티쇼 '더 러닝 맨'에 출연하기로 결심한다. '더 러닝맨'은 30일간 끝까지 살아남으면 10억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지만, 참가자들 거의 모두가 시청자들의 실시간 제보로 인간 사냥꾼들에게 목숨을 잃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 자신만의 기발한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벤'은 단숨에 전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프로그램 제작진의 수장 '댄'(조쉬 브롤린)은 '벤'의 높은 인기를 시청률 견인에 활용하려 깜짝 놀랄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10일 개봉하는 '더 러닝맨'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제조기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속에서는 공교롭게도 2025년으로 설정된, 디스토피아로 전락한 미래를 배경 삼아 평범한 남성 가장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유쾌·상쾌·통쾌하게 담아낸 액션물이다.

1987년 처음 영화화됐을 당시 주연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스타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원작을 많이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래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서였는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을 비롯한 전 제작진은 원작에 충실하려 애썼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는 꽤 만족스러워 보인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빈부 격차와 미디어 독점의 폐해를 비웃고 조롱하다가도, 인간 본연의 선한 의지를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킹 특유의 따뜻한 기운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선명한 주제 의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매개체는 라이트 감독 특유의 리드미컬한 연출력이다. 전작 '새벽의 황당한 저주' '베이비 드라이버' 등으로 인정받았던 뛰어난 완급 조절 능력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때와 한숨 돌릴 때를 적절하게 구분한다. 라이트 감독과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이후 4년만에 다시 만난 한국인 촬영감독 정정훈의 정교하고 감각적인 비주얼도 일품이다.

단독 주연으로 거의 모든 장면에 출연하는 글렌 파월의 서민적인 액션 연기 또한 재미를 더한다. '탑건: 매버릭'에서 밉상 조종사 역을 호연해 낯익은 배우로, 전성기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일반인과 슈퍼 히어로를 쉴 새없이 오가며 친근한 매력을 뿜어낸다.

막판으로 갈수록 주요 등장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두루뭉술하게 다뤄지는 것은 약간의 흠이다. 결말부의 극적 반전이 생각 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인데, 유재석은 출연하지 않으니 만에 하나라도 헷갈리시지 않기를…. 15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