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미컬한 연출 돋보여…韓촬영감독 정정훈의 비주얼 일품
글렌 파월 액션 연기 수준급…두루뭉술한 감정선 처리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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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하는 '더 러닝맨'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제조기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속에서는 공교롭게도 2025년으로 설정된, 디스토피아로 전락한 미래를 배경 삼아 평범한 남성 가장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유쾌·상쾌·통쾌하게 담아낸 액션물이다.
1987년 처음 영화화됐을 당시 주연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스타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원작을 많이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래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서였는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을 비롯한 전 제작진은 원작에 충실하려 애썼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는 꽤 만족스러워 보인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빈부 격차와 미디어 독점의 폐해를 비웃고 조롱하다가도, 인간 본연의 선한 의지를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킹 특유의 따뜻한 기운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선명한 주제 의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매개체는 라이트 감독 특유의 리드미컬한 연출력이다. 전작 '새벽의 황당한 저주' '베이비 드라이버' 등으로 인정받았던 뛰어난 완급 조절 능력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때와 한숨 돌릴 때를 적절하게 구분한다. 라이트 감독과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이후 4년만에 다시 만난 한국인 촬영감독 정정훈의 정교하고 감각적인 비주얼도 일품이다.
단독 주연으로 거의 모든 장면에 출연하는 글렌 파월의 서민적인 액션 연기 또한 재미를 더한다. '탑건: 매버릭'에서 밉상 조종사 역을 호연해 낯익은 배우로, 전성기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일반인과 슈퍼 히어로를 쉴 새없이 오가며 친근한 매력을 뿜어낸다.
막판으로 갈수록 주요 등장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두루뭉술하게 다뤄지는 것은 약간의 흠이다. 결말부의 극적 반전이 생각 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인데, 유재석은 출연하지 않으니 만에 하나라도 헷갈리시지 않기를…. 15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