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인도 지연·높은 R&D 비용 영향
내년 메모리 업황 회복…반등 맞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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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주성엔지니어링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잠정 매출은 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90% 이상 줄어 사실상 이익이 급감한 수준이다. 생산 가동률은 103%로 풀가동을 유지했지만 고객사 인도 기준으로 매출을 반영하는 구조상 장비 인도가 지연되며 실적에 즉각 반영되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축소 영향이 겹치며 수주잔고도 1100억원 안팎으로 줄어 단기 실적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부진의 또 다른 요인은 R&D 비용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연구개발비는 816억원으로 매출 대비 31.6%에 달했다. 회사 측은 "차세대 장비 개발 프로젝트 확대에 따라 R&D 비용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기 수익성은 훼손됐지만 이는 차세대 제품 확보를 위한 의도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성엔지니어링의 매출 중 약 98%가 반도체 장비에서 발생해 업황 변동에 민감한 구조를 갖다는 점도 실적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해석된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R&D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이는 2026년 이후 실적 개선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고 평가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물질을 원자 단위로 쌓는 ALD 장비 분야에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미세 공정이 10나노 이하로 내려갈수록 ALD 공정 비중은 높아지고 있어 중장기 수요 확대는 분명한 성장 요인이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업체들에 장비를 공급해왔으며 회사는 미세 공정 전환과 고난도 증착 수요 확대, 신규 고객사 확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산 장비업체들의 기술 우위가 여전히 견고하고, 고객사 구조가 일부 메모리 업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부는 최근 '국가첨단전략산업 소·부·장 중소·중견기업 투자지원금' 대상 기업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을 선정했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 핵심 기업으로서 기술 경쟁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R&D와 용인 제2연구소(약 1048억원) 투자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이 재무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반등이 예상된다는 업계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업황 회복과 함께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전환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착 등 전공정 장비 수요 역시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올해 4분기 20억원을 최저점으로 내년 상저하고의 개선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의 100K 규모 D램 신규 팹 투자와 중국 메모리 업체 발주 재개 가능성을 근거로 ALD 장비 수요 회복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