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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제재 유지” 강조 美… 대북 유화론에 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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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0. 00:01

野 "지선 앞두고 정원오 띄운 李…선거개입 신호탄"
미국 정부가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정부에 지금의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지난달 2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이 계속 협상에 나서도록 하면서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협상력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제재를 유지하고 인권 문제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자는 '두 국가'론을 주창하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만 부각시켜 온 정 장관에게 직접 미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정 장관의 주장을 둘러싸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모호함이 깊어짐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명쾌하게 '교통정리'를 하지 않은 가운데 나온 미 당국자의 발언이라 예사롭지 않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정 장관의 두 국가론에 대해 여러 차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정리하기는 했다.

김 대사대리가 북한에 큰 고통을 주는 제재와 '최고존엄'의 권위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인 인권 문제를 대북 협상의 지렛대로 특정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김 대사대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 우위에서 북한과 협상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정 장관을 비롯한 이른바 '자주파'의 입장과는 큰 격차가 있다.

김 대사대리가 정 장관과 나눈 발언이 '공개'된 시기도 이례적이다. 최근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빠진 데 대해 국내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김 대사대리는 8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면담 뒤 "한미 정상은 팩트시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양측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것이 우리의 한반도 정책(Korea policy)"이라고 말했었다. 양국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뒤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는데, 왜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한 것으로 보느냐는 반박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방문 때 미국이 '피스메이커(Peacemaker)'로 나서 북미 대화를 선행하고, 우리는 이를 위한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맡는다는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이후 양국의 대북정책은 이 구도에서 실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선(先) 제재 해제 뒤 대화 재개'에 무게를 싣는 정 장관을 비롯한 정부 일각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미 정부가 행동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대화 제안에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대응하며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간 대북정책 엇박자는 북한만 이롭게 할 뿐이다. 현 시점에서 대북 유화론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자칫 한미 양국 공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국익을 위해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구도를 실효성 있게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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