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점유율 64% 삼성, SK 수혜
HBM4 양산에도 기술·수요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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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엔비디아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강력한 국가 안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및 다른 국가의 승인된 고객들에게 H200을 출하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이 같은 내용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엔비디아 AI 칩의 중국 수출을 강하게 제한해왔다. 올해 4월에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인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7월에 들어서야 이를 해제했고, 지난달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AI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AI 칩 'B30A'의 수출도 불허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이들 제품보다 높은 성능의 H200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AI 시장 공략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H200은 전작 'H100'보다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크게 늘면서 추론 속도가 2배가량 향상됐다. 엔비디아로선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는 중국 AI 시장을 안정적인 수요처로 확보하는 셈이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중국 AI 칩 시장 규모가 500억 달러(약 7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200은 최신형인 '블랙웰' 성능에는 못 미치지만, 기존에 수출했던 H20과 비교해선 성능이나 안정성 면에서 압도적 차이를 나타낸다"며 "AI 투자를 크게 늘리는 중국 빅테크들의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AI 칩 수요 증가는 자연스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로 이어진다. 양사가 생산하는 HBM이 AI 칩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H200에 탑재되는 5세대 HBM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 중이다. 엔비디아 AI 칩 수요가 늘어날수록 양사 HBM을 포함한 D램 매출이 덩달아 증가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HBM3E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해왔고, 공급망 진입에 난항을 겪어왔던 삼성전자도 올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며 납품을 공식화했다.
전세계 HBM 시장에서 양사의 입지도 보다 견고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리서치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계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15%, 64%다. 양사는 당장 내년부터 6세대인 HBM4 양산에 나설 계획으로, HBM3E 공급 확대는 이 같은 차세대 제품의 기술·생산 고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중국 빅테크들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AI 칩 독립이 늦춰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우위가 더 지속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의 H200 수출 허용은 다른 빅테크들의 중국향 AI 칩 수출이 가능해지고, 향후 HBM4까지 수혜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