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틱톡이 조직한 거리 시위…Z세대 시위에 불가리아 총리 사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2010007006

글자크기

닫기

정아름 기자

승인 : 2025. 12. 12. 15:34

불가리아
불가리아 반정부 시위 모습/EPA·연합
Z세대가 이끈 반정부 시위로 로센 젤랴스코프 불가리아 총리가 11일(현지시간)의회 불신임안 표결을 앞두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유럽에서 Z세대가 주도한 시위로 국가 지도자가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젤랴스코프 총리는 "모든 세대와 다양한 배경의 시민들이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민의 뜻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불가리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사회보장 분담금(사회보장세) 인상을 포함했다가 강한 민심 반발에 이달 초 이를 철회했다. 그러나 시위는 더욱 확산했고, 전날 수도 소피아 의회 앞에는 수만 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정치인 캐리커처가 담긴 팻말을 들고 "진절머리가 난다"고 불만은 터뜨렸다.

시위대는 인상안이 사실상 세금 인상이며 정부 부패를 감추기 위한 조치라고 의심하고 있다. 내년 1월 예정된 유로화 도입으로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민심을 악화시켰다.

이번 시위를 이끄는 것은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다. 공산주의 붕괴와 경제위기를 겪지 않은 이들에게 이번 시위는 사실상 첫 대규모 정치 참여다.

불가리아는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서 오랫동안 유럽 최악 수준으로 평가돼 왔고, 젊은 층은 고착화된 정치·관료 부패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WSJ에 따르면 시위는 틱톡 등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조직됐으며, Z세대가 온다, Z세대 vs 부패라는 문구의 팻말과 온라인 밈이 시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의사당 앞 전광판에는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영상이 반복 재생됐고, 인플루언서·배우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시위에 오라는 밈도 퍼졌다.

민주주의연구센터(CSD)의 마틴 블라디미로프 국장은 "이번 시위는 오랜 기간 권력층이 장악해온 구조에 젊은 세대가 도전할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Z세대 주도의 반정부 시위는 불가리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몇 달 동안 네팔·마다가스카르·모로코·멕시코·탄자니아 등 여러 국가에서 Z세대가 부패·불평등에 맞서 거리로 나섰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지도자가 사퇴했다.

불가리아는 지난 4년간 7차례 총선을 치를 정도로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유로존 가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 정부가 붕괴하면서 EU 전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위기분석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마리오 비카르스키 분석가는 "유로존에 갓 들어가는 국가가 재정 문제로 흔들리는 것은 유럽 전체의 평판에 있어 리스크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아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