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옥스퍼드대 관련 기준 '우수'
"AI 시대 흐름…허용 범위 설정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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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공학과 학생 조인태씨(25)는 이번 학기 코딩 과목 기말고사를 앞두고 걱정이 크다. 해당 강의는 코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는 시험 방식이다. 교수는 "AI로 생성한 코드가 적발될 경우 부정행위로 처리한다"고 공지했다. 조씨는 이미 중간고사 때 본인이 직접 작성한 코드가 AI 생성물로 의심받아 해명한 적이 있다. 그는 "이번 기말고사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학생 이성운씨(25)는 교양 과목 논술 시험을 대비해 예상 질문에 맞춰 답안을 작성해 표절 검사 프로그램 '카피킬러'로 검사해 봤다. 표절률이 50% 이상으로 나왔다. 이씨는 "자료를 베낀 것도 AI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표절률이 높게 나왔다"며 "이런 결과가 AI 부정행위로 간주돼 학점을 받지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선의 원인으로 명확한 판단 기준의 부재를 꼽는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단순히 '사용 금지'만 선언하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대학이) 어느 선부터가 부정행위인지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학생과 교수 모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 활용은 이미 대학생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상황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6년제 대학 재학생의 91.7%가 과제 수행이나 자료 검색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제도적 준비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 결과 전국 대학 131곳 중 71.1%는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AI 활용을 금지한다"는 선언적 문구에 그치고 있다. 최근 고려대는 전면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비대면 시험 가이드라인은 아직 준비 중이다. 연세대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기적으로 보완해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시험이나 과제 평가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해외 주요 대학들은 AI 허용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설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는 '인공지능 교육·연구 활용 지침'을 발표해 교수가 과목 목표에 따라 AI 활용 범위를 정하고 학기 초 학생들에게 이를 명확히 안내하도록 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가공 없이 제출할 경우에만 부정행위로 규정해 혼선을 줄였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AI 사용을 허용하되 학생들에게 답안 작성 과정에서 AI 활용 여부와 사용 과정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김 교수는 "AI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한 과정과 그 결과물에서 학생의 사고와 판단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