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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양종희號, 3년차 화두는 ‘내실’… 믿을맨에 경영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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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 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2. 16. 17:56

첫 2년 대대적 쇄신후 인사 기조 전환
임기만료 앞둔 CEO 7명중 5명 재신임
증권·손보·캐피탈 등 성과 인정받아
교체 최소화로 안정… 연임 발판 마련
2023년 취임 이후 임기가 만료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며 변화에 힘을 실었던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3년차엔 교체보단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인사철학을 드러냈다.

취임 첫해 10명의 CEO 중 6명, 이듬해에는 핵심 자회사 KB국민은행장을 포함해 6명 중 4명의 CEO를 교체하며 양 회장 자신과 손발을 맞출 인사로 그룹 진용을 새로 짰다.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KB금융은 지난해 금융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순익 5조원 클럽에 가입하며,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올해는 순익 6조원의 문턱까지 다가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리딩뱅크를 탈환한 국민은행을 비롯해, 보험과 증권, 카드, 캐피탈 등 은행-비은행 구분 없이 수익성 측면에서 업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양 회장은 3년차를 앞둔 상황에서 변화보다는 경영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7명의 CEO 중 단 2명만 교체했다. 교체가 결정된 CEO 중 김성현 KB증권 사장의 경우 5연임, 7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만큼 세대교체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내년 연임 도전을 앞두고 성과를 낸 CEO들을 재신임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날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KB증권과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등 자회사 6곳의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대추위는 양종희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최재홍, 이명활, 김선엽 사외이사와 이환주 기타비상무이사(국민은행장)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양 회장과 함께 손발을 맞춰 그룹을 경영할 인물을 등용해야 하는 만큼 양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성현·이홍구 공동대표 체제인 KB증권을 포함해 모두 7명의 CEO의 임기가 만료됐는데, 이중 이홍구 KB증권 WM부문 사장과 구본욱 KB손보 사장, 빈중일 KB캐피탈 사장, 김영성 KB자산운용 사장, 성채현 KB부동산신탁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대추위는 연임에 성공한 CEO들의 경영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이홍구 사장에 대해선 초개인화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WM 자산규모를 확대한 점을, 구본욱 사장에 대해선 리스크 관리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 지위를 높여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빈중일 사장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추진과 우량자산 중심 포트폴리오 구축 등에서, 김영성 사장은 ETF·연금·TDF 등 핵심 영역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지켜낸 점 등이 호평을 받았다.

성채현 사장은 부동산PF 시장 경색 등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체질 개선을 해왔던 점이 주목받았다.

새로 KB증권 IB부문 사장으로 추천된 강진두 후보는 기업금융과 인수금융, 글로벌 등 IB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고, KB저축은행 사장 후보로 추천된 곽산업 국민은행 부행장은 키위뱅크 중심의 디지털 전문채널로 저축은행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인정받았다.

대추위는 "새로운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사업방식 전환과 시장·고객의 확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분들을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CEO들의 경영성과를 인정한 동시에 신뢰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홍구 사장과 구본욱 사장이 맡아온 지난 2년 동안 KB증권과 KB손보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고, KB캐피탈과 KB자산운용도 순익 성장세를 나타냈다. KB부동산신탁은 부동산 경기 둔화 장기화에 따라 적자를 내고 있지만, 손실 규모를 대폭 줄이며 턴어라운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년간 '새 술은 새 부대'에 맞게 변화에 속도를 냈지만, 내년엔 안정적인 경영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연임에 성공한 CEO들은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온 만큼, 양 회장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내년은 양 회장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해이다.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연임 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다.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 가는 것이 연임 도전을 위한 전제 조건인데, '믿을맨' 현 CEO에게 '키'를 맡기는 것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에겐 임기가 끝나는 내년이 가장 중요한 해이지만, 경영환경은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해온 현 CEO를 중용하는 것이 양 회장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쟁 금융그룹 회장이 무리없이 연임에 성공한 만큼, 양 회장도 연임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도 높은 경영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고려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국 기자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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