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성·고성장 무기로 투자자 신뢰 회복
독일·프랑스, 경기 둔화 속 차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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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가산금리(스프레드)가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변방(periphery)' 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재정 긴축을 추진해 재정 적자 폭을 줄여 온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독일 등 유로존 핵심국과의 금리 격차를 크게 좁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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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에서 국가 신용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는 독일 국채(분트) 대비 국채 금리 차이다. FT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차입 프리미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남유럽 국가들이 더 이상 구조적 위험국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달 이탈리아 10년물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추가 수익률은 0.7%포인트 차이로 좁혀져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격차는 0.5%포인트 미만이다.
FT는 이번 흐름이 유로존 내 오랜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재정 방만한 남유럽'과 '건전한 북유럽'이라는 구도는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국가의 과거 이력보다 현재의 재정 성적표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알레스 쿠트니 글로벌채권 수석은 "프랑스·벨기에·오스트리아 등 기존에 안전 투자처로 여겨졌던 국가들과 '주변국'들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melt together)"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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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재정 관리 개선과 성장 회복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인은 올해 2.9%로 세계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세입이 확대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가 지난해 3.2%에서 올해 2.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경제는 최소 2027년까지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적자 감축 의지를 보여주고, 탈세 억제 노력으로 세수가 늘어나 2023년 7.2%였던 재정 적자가 올해 3%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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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로존의 전통적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프랑스의 차입 비용은 막대한 재정 적자와 정치적 혼란으로 스페인 수준을 넘어섰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으로 유로존 내 사실상 안전자산(safe haven)로 여겨지던 독일조차도 1조유로 규모의 재정 확대 정책을 발표한 후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있다.
쿠트니 수석은 내년 독일 대비 이탈리아의 국채 가산금리는 0.5~0.6%포인트로, 스페인은 0.3~0.4%포인트 수준으로 각각 좁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용평가사 KBRA의 켄 이건 유럽 신용평가 담당 이사는 이탈리아·스페인 경제가 만성적 적자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전환'을 이룬 반면, 프랑스 등은 고령화 비용·성장 둔화·지출 증가로 재정 상태가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