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베네수엘라 석유 되살리겠다는 트럼프…1000억 달러가 필요한 이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05010001770

글자크기

닫기

남미경 기자

승인 : 2026. 01. 05. 16:22

세계 최대 매장량에도 생산은 '4분의 1'
인프라 붕괴·정치 불안이 발목 잡아
화면 캡처 2026-01-05 161027
베네수엘라의 낡은 석유 설비 /로이터 연합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되살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최소 1000억 달러(약 144조7000억원)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부활 계획은 1000억 달러짜리 도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을 1970년대 정점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향후 10년간 대규모 장기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의 프란시스코 모날디 라틴아메리카 에너지정책국장은 셰브론,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주요 석유기업들이 매년 약 100억달러씩, 10년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더 빠른 회복을 원한다면 이보다 훨씬 큰 자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매장량만 3000억 배럴을 넘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 능력은 크게 위축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12년 재임 기간 동안 하루 원유 생산량은 1974년 약 400만 배럴에서 현재 100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인프라다. 수년간의 부패와 투자 부족, 화재와 절도로 석유 생산·수출 설비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주요 수출항에서는 유조선에 원유를 싣는 데만 닷새가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하루면 가능했던 작업이다.

약 5000억 배럴의 매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오리노코 분지 역시 붕괴된 인프라의 상징으로 꼽힌다. 시추 현장은 방치돼 원유 유출이 잦고, 설비는 약탈돼 암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지하 송유관에서는 누출과 폭발, 화재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며, 국영 석유기업 PDVSA가 설비를 고철로 처분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권 교체 이후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하지만, 블룸버그는 이를 과도한 낙관론으로 평가했다. PDVSA 전직 매니저 리노 카리요는 "실질적인 투자 검토를 위해서는 새 의회 출범 등 정치 환경이 먼저 정리돼야 한다"며 "현재 상황은 그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은 셰브론이 유일하다. 셰브론은 미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 현지에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으며, 생산량은 베네수엘라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자산 국유화 이후 철수한 상태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현재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국정을 주도하고 있지만, 정국 향배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의 제재와 해상 봉쇄도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공급 과잉으로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을 오르내리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고위험·장기 투자인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뛰어들 유인이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미경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