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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로운 대중의 성장, 우리는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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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06. 16:51

애니메이션의 성장을 통해 본 콘텐츠 산업의 변화 읽기
이성민교수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최근 콘텐츠 시장의 특징을 이야기 할 때 애니메이션의 약진을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주목을 받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시작으로, 국내에선 해외 애니메이션의 극장 흥행이 주목을 받았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568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도 342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 지난 연말에 개봉한 '주토피아2'는 개봉 30일만에 700만 명을 동원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도도 이어졌다. '퇴마록'과 '달려라 하니'와 같은 추억의 IP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 것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연의 편지'도 극장에서 공개되었다. 이들은 흥행에 있어선 아쉬운 결과를 얻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선 의미있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애니메이션이 주목을 받는 중요한 이유는 관객 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은 10대 이하의 어린이가 주요 타깃으로 인식되었고, 관객 수도 100~200만 명 전후에 도달하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았다. 2024년 역대 K-애니메이션 흥행 2위에 오른 '사랑의 하츄핑'도 124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이를 넘어서는 흥행을 위해선 더 넓은 관객 층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난 한 해 높은 성과를 거둔 다수의 작품들의 흥행에는 어른들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참여가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이다.

한국의 드라마 산업이 글로벌 OTT 시대에 한 단계 도약한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역시 높은 해외 수출 성과를 거두며 성장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성장을 주도하는 것이 15세 이상의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특정한 집단의 취향에 한정된 '서브컬쳐'로 여겨졌던 애니메이션의 소비는 보다 폭넓은 대상으로 그 수용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팬덤의 힘은 스크린을 넘어 축제와 굿즈 판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서브컬쳐 축제인 AGF(Anime X Game Festival)는 2025년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전년 대비 39.5%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AK플라자 홍대점의 매출은 애니메이션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애니메이트'가 입점한 것을 계기로 2021년 277억 원에서 2024년에는 837억 원으로 크게 올랐다. 중고 애니메이션 굿즈를 판매하는 '라신반'은 2024년 6월에 첫 한국 직영 매장을 오픈 이후, 2025년에는 해외 매장 중 최대 규모의 한국에 직영점을 오픈한 후 매장을 3개까지 확장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기별로 '대중'의 문화란 개념에 걸맞는 콘텐츠의 분야나 장르는 늘 달라져왔다. 어떤 시점에선 극장을 중심으로 한 영화 소비가, 방송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와 예능 소비가, MMORPG와 같은 PC 게임 소비가, K-팝 아이돌 음악의 소비가 '대중적인' 현상으로 부상해왔다. 지금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결의 새로운 '대중'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소위 '서브컬쳐'라 인식되었던 애니메이션 문화가 '대중화'되는 과정은 다른 콘텐츠 산업의 변화와도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가상과 현실의 위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좋아하는 IP에 대한 보다 폭넓은 경험 소비에 비용을 지불하는 팬덤의 힘이 더욱 강하게 작동하는 시장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가지 고민은 지금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이러한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우려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영유아를 넘어선 새로운 세대로의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웹툰IP의 확장 사례는 늘어나고 있지만, 보다 장기간의 팬덤 소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생태계의 연계는 아직 불충분하다. 게임 산업도 새로운 세대의 선호에 대한 대응에는 아직 소극적이다. 애니메이션,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팬덤의 빠른 성장은 콘텐츠 자체의 강력한 힘이 당연히 중요한 요인이지만, 국내 콘텐츠 산업의 '빈 틈' 역시 하나의 요인일 수 있는 것이다.

K-콘텐츠 산업은 분명 여러 의미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산업을 구성하던 기존의 기반에는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중'의 취향 변화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의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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