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저출산고령화 시대 종교 역할 변했다...돌봄·가정·웰다잉까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13010005792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6. 01. 13. 11:00

대규모 집회와 시설 확대 대신, 질적으로 전환
4대 종교, 가정 및 양육 돕고, 웰다잉 교육까지
25-0518_부산감전교회_제1호_아이행복터_45
교회 공간을 돌봄 시설로 할용한 부산 사상구 감전교회.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는 종교시설을 활용한 아동 돌봄 관련 법 개정을 주도했다./제공=CTS
대한민국은 2025년부터 전체 국민 중 65세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됐다. 성장일변도로 나가던 우리 사회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종교계도 바꿔놓고 있다. 대규모 집회와 신앙 공동체의 성장을 추구하는 대신, 가정을 지키고 웰다잉(Well-Dying·존엄사)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산업화와 함께 급성장한 교회, 양적 성장 대신 돌봄으로
13일 종교계와 기네스북에 따르면 한국은 1993년 세계 최대 개신교 교회 기록을 세웠다. 바로 당시 등록 교인 70만명을 돌파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사회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성장한 종교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산업화로 많은 시골 사람들이 도시에 정착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들에게 구역예배 등을 통해 새로운 대가족을 제시하며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롤로코스터 같은 변화에 여의도순복음교회도 바뀌고 있다. 개인주의가 익숙한 40대 이하는 교회에 새로운 수요를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젊은층의 부담을 같이 지는 선택을 했다. 특히 양육의 책임이 교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 교회도 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2012년부터 2025년까지 지급한 출산장려금 총 약 63억원에 달한다. 현재 첫째는 200만원, 둘째 3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아이부터는 10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자녀 양육은 부담이 아닌 '축복'이란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 결과 작년 기준 여의도순복음교회 내 20~40대 세대주 가구당 평균 자녀 수는 1.6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가 평균 합계출산율(0.721명) 대비 약 2.2배에 달하는 결과다.

CTS기독교TV이 주도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는 종교시설을 활용한 아동 돌봄 관련 법 개정을 주도했다. 2023년 법 개정을 요구하는 30만여 명의 서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했고, 지난해 1월 '건축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복잡한 용도 변경 절차 없이도 교회, 성당, 절 등의 공간을 평일에는 돌봄 시설로, 주말에는 종교 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호는 부산 사상구 감전교회에서 나왔다. 교회 공간을 영유아 돌봄시설로 탈바꿈한 '아이행복터 1호'가 작년 5월 문을 열면서 초등학생 20여 명이 평일마다 방과 후 수업을 받고 있다. 주말이면 다시 예배당으로 돌아가는 '주중 돌봄·주말 예배' 모델이 시작된 것이다. 2호 시설은 지난해 12월 20일 부천 광음교회에서 열렸고, 3호 시설은 곧 인천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감경철 회장은 "전국에 종교시설이 10만개나 있는데 평일엔 70%가 비어 있다"며 "부모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교회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며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가 교회에 친화적일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이다"라고 강조했다.

◇가정의 가치 주목한 천주교와 불교, 원불교는 '웰다잉'
가정의 가치에 주목한 것은 천주교도 마찬가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인간생명과 가정공동체에 대한 교육, 임신부와 태아에 대한 축복 미사, 태아의 생명권 존중 촉구, 천주교 교리에 입각한 자연임신법인 '나프로임신법 교육' 등 건강한 가정 공동체를 위한 교육에 힘쓰고 있다.

2027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천주교는 불안에 빠진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들이 희망을 가져야 결혼과 육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총괄 코디네이터 WYD 이경상 주교는 교구를 돌며 많은 청년들과 소통했다. 그는 "제가 청년들에게 '쫄지마'라고 말하는 것은 가치를 추구하고 살라는 뜻"이라며 "많은 이들이 삶이 가치있고 보람되다고 느낀다면 아이 또한 많이 낳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교는 결혼과는 동떨어져 있어 보인다. 그러나 예상을 깨는 행보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를 통해 결혼에 대한 젊은층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2023년 연예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패러디한 '나는 절로'는 누적 신청자는 약 1만명, 최고 경쟁률은 109대1까지 달했다. 2025년 9월 혼인신고를 한 첫 커플이 탄생하는 등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고령화 문제는 요양병원과 호스피스 병동을 통해서 종교계가 꾸준히 관심을 갖는 분야다. 원불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사윤회와 마음수행이라는 교리에 입각해 웰다잉 교육에 나서고 있다. 바로 '생사준비 캠프'다. 이 프로그램은 죽음에 대한 예행연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생사준비 캠프를 운영했던 준산 최규선 교무는 원불교 교리를 잘못 이해해 죽음이 도피처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계했다. 윤회가 있으니 죽어도 된다가 아니라, 늘 곁에 있는 죽음이란 현실을 직시하고 한생을 책임감 있게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무는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러나 가족끼리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하는 것이 오늘의 삶을 더욱 값지게 한다"고 조언했다. 웰다잉은 생명존중과 삶의 가치를 바탕으로 둔다고 강조한 그는 "정부가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죽음은 다른 이의 일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에 가까이 있음을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죽음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clip20260112135855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가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출산장려금을 통해 양육에 동참하고 있다./제공=여의도순복음교회
clip20260112113004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임산부와 태아를 축복하고 있다./제공=천주교 서울대교구
clip20260112134128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를 통해 결혼에 이른 커플이 백양사를 찾아 성금을 전달했다./제공=조계종사회복지재단
KakaoTalk_20250816_072219221
원불교 생사준비 프로그램을 통해 임종을 미리 체험하는 사람들./제공=원불교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