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재정 따라 장비·훈련 격차…재난 대응 불균형 우려
인사·지휘는 국가, 재정은 지방…책임 구조 재정립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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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나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 소방공무원은 지역 경계를 넘나들며 투입된다. 출동은 지방 단위에서 이뤄지지만, 재난의 성격은 이미 국가 단위다. 그럼에도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장비, 훈련 비용 대부분은 여전히 지방정부 재정에 의존하고 있다.
13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체 소방예산 8조1478억원 가운데 국비 비중은 10.7%에 그쳤다. 국가직 전환 직후 한때 11%를 넘었던 국비 비중은 이후 다시 낮아졌다. 인건비 구조는 더 뚜렷하다. 2025년 기준 소방공무원 인건비 가운데 국비 지원은 5476억원으로, 전체의 8.6% 수준에 불과했다. 국가공무원 신분임에도 급여와 복지의 대부분을 지방비로 충당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재정 구조는 평상시에는 통계로 드러나지만, 재난 상황에서는 대응 역량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소방 인력 충원과 장비 교체, 교육훈련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가공무원으로 신분은 통일됐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은 대부분 지방에 남아 있다"며 "신분과 재정 책임 주체가 어긋난 상태가 지속되면서 국가직 전환 효과가 제도적으로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간 격차는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2024년 기준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는 서울 1255명, 전남 396명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근무 여건도 마찬가지다. 2025년 기준 소방공무원 1인당 피복비는 지역에 따라 25만원에서 70만원까지 차이가 났고, 위탁교육비는 최대 10배 이상 격차가 발생했다. 동일한 국가직 신분임에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원 수준은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이 같은 차이는 대형 재난 발생 시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역 단위로 인력이 차출되고 공조 대응이 이뤄질 경우, 출동 인력의 장비 수준과 훈련 환경이 제각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대응의 일관성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휘·인사 체계 역시 국가직 전환의 한계로 지목된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으로 일원화됐지만, 소방사무는 여전히 '지방자치법'상 자치사무로 규정돼 있다. 시·도지사에게 광범위한 지휘·감독권이 부여된 현 구조에서는 대형 재난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지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돼 왔다.
이와 맞물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인사와 지휘 체계 측면에서도 완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방정 이상 고위 간부에 대한 임용·전보 권한이 여전히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어, 광역 재난이나 복합 재난 발생 시 소방청 중심의 지휘 체계가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방 내부와 국회에서는 소방정 이상 인사권을 소방청장에게 환원하지 않는 한 국가직 전환은 '완전화'에 이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 한계가 앞으로 더 자주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소방 인력 증원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인건비 증가분을 지방정부가 계속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유지될 경우 재정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 여력이 줄어들수록 장비 교체와 훈련 투자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경찰과의 대비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경찰 역시 국가직이지만 인건비는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반면 소방은 국가 단위 재난 대응을 수행하면서도 재정 책임은 지방에 남아 있다. 재난 대응의 중요성과 위험도를 고려할 때 책임 구조가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조사관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재난 대응의 책임을 맡겠다고 한 이상, 재정과 권한까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이어지지 않으면 국가직 전환의 취지는 현장에서 반복해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