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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영웅’처럼 죽느냐, ‘개’처럼 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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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15. 06:00

2026년 건설업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
어떻게든 살아남아 명예회복 하는 시기로 만들어야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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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건설부동산부 부장
실패자 앞에 '위대한'이라는 수식이 붙는 사례는 드물다. 어쩔 수 없다. 인류의 역사는 승자가 써나간다. 패자는 승리자를 돋보이게 하는 '악역'또는 '양념'이 전부다. 그럼에도 주인공으로 남은 실패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AI(인공지능)검색 시스템에 승자를 뛰어넘는 실패자가 누군지 물어봤다. 빠지지 않고 거론된 인물이 영국의 탐험가 '어네스트 섀클턴'이다.

20세기 초 활동한 그는 미개척지 정복이라는 탐험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전 대원 생환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 하나만으로도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험가 중 하나로 꼽힌다.

실패가 대업으로 바뀌는 과정을 살펴보자. 최초의 남극점 정복을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젠에게 내준 섀클턴과 대원들은 남극 횡단으로 목표를 바꿨다. 하지만 그들이 탄 배는 해빙 때문에 침몰하면서 탐험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했다. 대원들은 얼음 위와 무인도에서 발가락을 절단하고 펭귄고기를 날로 먹으며 3년 가량을 버텼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소수 인원으로 소형 보트로 폭풍의 남대서양을 건넜고 끝내 구조대를 이끌고 돌아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전원을 구출시켰다.

그는 돌아와서 아내에게 "죽은 사자보다 살아있는 당나귀가 낫다"는 말을 남겼다. 세기를 넘겼고 대륙과 바다를 관통했지만 이 말은 2026년 우리나라 건설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설업은 건국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었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건설업 자체가 사양 산업으로 취급된다. 지난해 한국은행 관계자가 "시멘트 덩어리나 짓는 게 우리나라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했던 말이 건설업의 현실이다.

건설업이 가져다주는 성장이나 고용 유발 효과까지도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는 셈이다.

업황도 암울하다. 지난해 650여개에 육박하는 종합건설사가 폐업해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이 수년간 급상승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돈맥경화'도 지속돼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도 발생한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준공한 공사 중 적자를 기록한 현장 비중 역시 43.7%에 달했다.

'악성 재고'는 또 어떤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로 이중 악성미분양인 준공후 미분양은 2만8080가구로 나타났다. 13여년만에 최고치다.

여기에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건설 활성화와 그에 따른 경기 부양은 없던 일이 돼 버렸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다. 새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에서 '민간 건설사'들은 철저히 소외된다. 희망적 전망들은 전부 막힌 거라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죽은 사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똥 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훨씬 낫다. 영웅처럼 죽기보다 개처럼 살아남아야만 한다. 굴욕과 비겁이 아니다. 오욕으로 점철된 2025년을 승리를 위해 잠시 움츠렀던 역사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살아있어야만 할 수 있는 과업이다. 이 같은 명제는 건설업계만 해당되지 않는다. 나,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업보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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