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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백해무익 백해룡, 누가 기싸움 하라고 파견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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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1.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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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얼굴이 비뚤어진 줄은 생각하지 않고 깨진 거울부터 탓한다."

러시아 대문호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 '외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고골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을 돌아보기보다 불편한 현실을 비추는 거울부터 탓하는 인간의 습성을 비판하려 했습니다. 지금의 '백해룡 사태'가 그렇습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라는 중대한 질문 앞에서 백 경정은 검찰을 향해 "문제는 당신들"이라고 외쳤습니다. 힘겨루기를 시작한 셈입니다. 그리고 그를 그 자리에 세운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출발점은 분명했습니다. 인천공항을 통과한 대량 마약, 수사 축소 의혹, 그리고 윗선 개입 가능성. 이 사안은 "수사기관은 권력 앞에서도 끝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통령은 직접 "백 경정을 수사팀에 파견해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기존 구조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고 강한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의지였습니다.

그러나 백 경정을 전면에 세운 순간, 수사는 정치의 언어를 입게 됐습니다. 특정 인물을 호명해 "당신이 가서 하라"고 말하는 행위는 수사의 성패를 사실이 아니라 구도의 승패로 읽히게 만듭니다. '무엇이 사실인가'보다 '누가 여론을 장악하느냐'가 앞서기 시작합니다. 진실을 향한 절차가 '줄다리기'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현실은 그 흐름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백 경정은 합수단에 파견된 첫날부터 연가를 내고, 합수단을 '불법 단체'라고 규정하며 기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보다 "모욕감을 느낀다", "날 먹이는 건가 생각 안 할 수 없다"는 감정의 언어가 먼저 나왔습니다. 수사의 질문은 "누가, 어디까지 개입했는가"에서 "왜 나를 이렇게 대하느냐"로 이동했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합수단은 "세관 연루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수사는 하나의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백 경정은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전히 "내 말이 맞다"는 전제 아래서 움직였습니다. 검찰이 본인을 상대로 통신 영장을 집행했다는 주장, 수사가 의도적으로 막혔다는 해석을 반복하며 결론 자체보다 결론을 낸 '동부지검'을 문제 삼았습니다.

여기서 대통령도 책임을 비켜갈 수 없습니다. '백해룡 사태'는 현장의 우발적 충돌이 아닙니다. 최고 권력이 수사를 다루는 방식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진 결과였습니다. 대통령은 냉정한 제도 설계 대신 한 인물을 전면에 세웠습니다. 폭로자의 분노와 그가 지닌 서사가 어떤 파장을 낳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대통령은 그를 '상징'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그 선택이 수사를 정치로 만들었습니다. 백 경정의 행태가 문제라면 그를 그런 자리에 세운 판단 또한 같은 무게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백해무익'은 모두가 손해를 보고 이익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이번 파견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무혐의 결론은 나왔지만 외려 의혹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백 경정은 14일 파견을 조기 종료하고 경찰로 돌아갑니다. 결국 남은 것은 백해무익한 피로감뿐입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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