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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린란드 사태 계기 ‘중견국 단합론’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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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23. 00:00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며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 국에 다음달 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차총회 연설 모두에서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나토는 이 발표와 관련해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 간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트럼프의 '회군'이 위협을 통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기에 물러섰다며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 통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강공에 유럽이 즉각적으로 보복을 선언하고 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서둘러 사태 봉합에 나선 것이다. 그린란드 갈등으로 이날 오전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개월 만의 최고치로 상승(국채가격은 하락)했고 달러화 가치와 주가는 급락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타코(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는 뜻)'란 말이 어김없이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연말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국채 이자 부담을 폭증시킬 국채금리 급등과 투자자들의 원성을 부를 주가 하락은 가장 끔찍한 악몽일 것이다.

미국이 향후 협상을 통해 그린란드 일부 지역에 대한 임대(리스)권을 얻는 등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 일로 잃는 것은 얻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전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기조연설에 참석자 전원이 기립박수를 보낸 게 이를 상징한다. 카니 총리는 "규칙을 기반으로 한 질서는 사라지고 있고 강자는 할 수 있는 대로 하는 시대"라고 했다. 또 "식탁에 앉지 못하면(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결국 메뉴판에 오르는 신세가 된다"면서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에 맞서 중견국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연설에 대해서는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고,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회의장을 전격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통령 개인의 인격 탓이라기보다 유일 초강대국에서 이제는 중국과 같은 양대 강대국 내지 여러 강대국 중의 하나로 국력이 격하되는 게 분명해지자 벌어진 미국이라는 국가의 좌절과 울분의 표출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래서 미국에 가장 인접한 캐나다 총리의 '중견국 단합론'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우리도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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