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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통합 앞에 선 목포… “설계 없는 통합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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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기자

승인 : 2026. 01. 23. 13:18

무안반도 통합은 제자리인데, 더 큰 통합부터 서두른다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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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목포시 도민공청회가 열렸다./정채웅기자
"이 통합이 전남을 살린 다지만, 그 전남에 목포는 포함돼 있는가."

지난 21일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공청회가 열렸다.

네번째로 열린 목포 공청회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와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조석훈 목포시장 권한대행,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는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국가 균형발전과 전남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이라며 통합 추진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지사는 특히 "시도 통합과 시·군 통합은 별개의 문제" 라며 "시·군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 과정에서 제기되는 지역 간 갈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현장의 질문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 목포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통합의 명분이 아니라, 통합 이후 목포가 어떤 역할을 맡고 무엇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계였기 때문이다.

목포시민들은 수십 년째 해법을 찾지 못한 무안반도 통합 문제를 비롯해, 지역 간 불균형 해소 대책 없는 행정 개편, 통합 이후 광주 쏠림을 차단할 구체적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설계 없는 통합은 또 다른 희생을 낳을 뿐"이라는 목소리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전남도의 통합 구상이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전남의 생존 전략'을 내세운 도정의 판단과,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목포의 체감 사이 간극이 공청회 현장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무안반도 통합'이었다. 목포·무안·신안을 아우르는 생활권 통합은 수십 년간 논의돼 왔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유달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행정·교육 통합에 찬성하지만, 무안반도 통합은 수십 년 동안 외면받아 왔다" 며 "목포는 이미 인구 20만 선이 무너진 소멸 위험 지역인데, 광주·전남 통합이 먼저 논의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는 통합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전남도정이 지역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더 큰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당동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통합이 성사되면 행정·산업·교육 인프라는 결국 광주로 쏠릴 것"이라며 "목포와 전남은 더 빠르게 소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용해동 박모 씨 역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앵커기관, 즉 공공기관이 필요하지만 통합 논의 어디에도 목포에 무엇을 남기겠다는 계획은 없다"며 "광주 쏠림을 막을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통합 논의가 '균형발전'이라는 목표와 달리, 현장에서는 불균형 심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목포시 역시 전남도의 통합 추진 속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석훈 목포시장 권한대행은 공식 석상에서 통합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을 밝히기보다 "지역 간 역할과 기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통합을 전면 반대하기보다는, 목포가 또다시 주변화되는 구조를 경계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목포시민들 사이에서는 "통합 논의가 전남도 중심으로 진행되고, 기초자치단체의 목소리는 형식적으로만 반영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김영록 지사는 통합을 '전남의 생존 전략'이라고 표현하지만, 목포에서 확인된 민심은 그 전략이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감내 대상으로 삼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청회 내내 반복된 질문은 단 하나였다. "통합 이후 목포는 무엇을 얻는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 없이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낸다면,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지역 경쟁력 강화가 아닌 전남 내부의 갈등과 불신을 키우는 정책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목포 시민들은 "통합을 말하기 전에, 우리가 왜 또 희생돼야 하는지부터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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