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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지구서 ‘반(反) 하마스’ 민병대 은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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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1. 25. 09:59

휴전 틈타 드론·정보·무기 제공… 이스라엘군 못 가는 지역서 활동
"협력 대가 혹독" 하마스 경고 속 과거 '남레바논군' 전철 우려도
PALESTINIAN-ISRAEL-CONFLICT-DISPLACED
24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으로 파괴된 건물 인근 공터에 피란민들이 거주하는 임시 천막이 설치돼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팔레스타인 무장 민병대들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민병대들은 이스라엘군이 직접 진입할 수 없는 하마스 통제 지역에서 공격을 수행하며, 휴전 체제 아래 이스라엘의 군사적 제약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달 초 후삼 알 아스탈이 이끄는 한 민병대는 하마스가 장악한 지역에서 경찰 간부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아스탈은 자동소총을 든 채 촬영한 영상 메시지에서 하마스를 향해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해당 민병대는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수십 명의 무장 대원으로 구성돼 있다. 하마스는 사건 이후 "이스라엘 점령군의 첩자들"이라며 "배신의 대가는 크고 혹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은 이스라엘의 지원이 단순한 묵인 수준을 넘어 드론을 활용한 공중 지원과 정보 공유, 무기와 식량, 담배 제공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민병대원은 부상 후 이스라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같은 협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로 이스라엘군의 직접 작전이 제한된 상황에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병대는 알마와시 등 이스라엘군이 진입하지 않기로 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하마스 통제 구역 깊숙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아스탈은 이스라엘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식량 외에는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WSJ과의 통화에서 사살된 인물이 자신들의 활동을 방해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사단에서 근무했던 야론 부스킬라 전 작전 책임자는 "민병대가 하마스를 상대로 활동할 때 이스라엘은 상황을 감시하며 필요하면 개입한다"며 정보 제공과 지원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휴전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과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관련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몇 달간 또 다른 친이스라엘 성향의 민병대는 라파 지역에서 하마스 대원들을 지하 터널 밖으로 유인하는 작전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터널 내부에 폭약을 주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민병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마스 대원 사살을 주장하는 영상이나 무장 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대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군 전술 조끼를 착용하거나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미래의 가자지구' 이미지도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 예비역 한 명은 WSJ에 "지난여름 라파에서 민병대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차량을 야간에 호위했다"며 "식량과 담배,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상자가 포함돼 있었고 이는 신베트가 적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과정에서 하마스를 대체할 가자지구 내 대안 세력을 모색해 왔으나, 하마스의 보복과 암살로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부 민병대는 이스라엘군 통제 지역에 소규모 공동체를 형성하며 생존하고 있지만, 규모는 수백에서 수천 명 수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과거 이스라엘이 지원했던 남레바논군 사례처럼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남레바논군은 2000년 이스라엘 철수 이후 붕괴되며 다수 대원이 사살되거나 이스라엘로 피신했다.

사아르 추르 전 이스라엘군 고위 장교는 "민병대의 충성 대상은 결국 자신들"이라며 "상황이 바뀌면 협력 상대를 향해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현재 점령 중인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서 철수할 경우 이들 민병대의 향방도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 구상 2단계에는 하마스 무장 해제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외곽 완충지대로 철수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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