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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결정권은 美, 전작권은 韓… 위기상황 전략적 혼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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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26. 01. 26. 18:00

美 콜비 차관, 조현·안규백 연쇄회동
한미동맹 역할 재편·NDS 구상 설명
대만 유사시 투입 등 대중 견제 포석
전작권 넘기고 핵잠 실리 챙길 기회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이 26일 국방부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 정책차관을 접견하고 있다. /제공=국방부
미국 국방전략(NDS)의 핵심 설계자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방한해 우리나라 외교·안보부처 수장을 잇따라 만난 데는 NDS 구상을 우리 당국에 설명하고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콜비 차관은 우리 외교안보 당국과 한미동맹의 역할 재편을 구체화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은 우리 의도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콜비 차관은 26일 오전 조현 외교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했다. 조찬 회동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이 배석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대중(對中) 전략론자이면서 동맹들의 적극적인 역할 분담을 강조해 온 콜비 차관이 우리 외교 수장과의 만남에 주한미군 사령관을 배석시켰다는 점은 실제 한미동맹의 작전 범위와 구상이 이날 논의와 연결돼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에도 동행했다.

외교부는 이날 조 장관의 콜비 차관 접견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 한반도 문제,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짧게 전했다. 국방부도 안 장관이 국방부에서 콜비 차관을 접견하고 한반도 안보정세, 핵추진잠수함, 전작권 전환, 국방력 강화 등 한미동맹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콜비 차관과 우리 외교안보부처 수장이 가진 논의의 핵심은 주한미군 역할 재정의였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NDS에서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을 따라 강력한 '거부적 방어선(Denial Defense)'을 구축해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한미군은 제1도련선 안쪽에 위치한 주요 전력이다. 결국 제1도련선을 중국 견제의 핵심 방어선으로 삼고, 대만 유사시 등 필요할 경우 주한미군을 투입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만 보면 북한에 대한 재래식 전쟁 억제는 앞으로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콜비 차관은 보고 있다.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 등 한반도에서 빠졌을 때 북한으로부터 후방을 지키는 역할을 한국군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콜비 차관의 방한은 미국의 전략 변화가 실제 동맹 운영에 어떻게 반영될지를 점검하는 과정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올해는 2단계인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추진되고 있다. 통상 전작권 전환은 한국의 군사적 역량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된다는 것이 공식 설명이지만 NDS의 관점에서 보면 전작권 전환은 동맹의 역할 분담을 가속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동맹의 부담을 확대하고 주한미군의 운용 자유도를 높이려 할 경우 전작권 전환이 한국의 의도보다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군 주도의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단순한 군사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동맹의 구조적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국방비 규모와 재래식 전력에서 상당한 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전략 자산과 정보·감시·정찰(ISR), 미사일 방어, 우주·사이버 전력 등 핵심 군사 영역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다. 우리 계산대로가 아닌, 미국의 계산대로 전작권이 전환되면 전술과 비용 등의 측면에서 큰 손해가 필연적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동맹은 유지되겠지만 위기 상황에서 지휘권과 전략 자산 운용 결정권을 놓고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핵 우산 실효성은 전작권 전환의 가장 큰 불안요소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했지만 핵 사용 결정권은 미국에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지휘권은 한국이 갖고, 핵 결정권은 미국이 쥐는 구조가 현실화되면 전략적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콜비 차관은 우리 당국에 동맹차원에서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을 배석시킨 것도 미국에서 주한미군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측면"이라며 "전작권 전환은 미국의 필요에 따라 우리 계산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우리도 핵추진잠수함 추진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의 협조를 강력히 요구하는 등 얻을 것은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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