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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이슈] 기름 넣으러 국경 넘어 베트남行… 이란전쟁 發 유가급등에 동남아도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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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3. 10. 11:07

라오스·캄보디아 주민들, 연료 가격 저렴한 베트남 국경 지역서 휘발유 구매
필리핀 정부기관 연료 10% 감축 지시, 미얀마 차량 홀짝제… 역내 비상 확산
VIETNAM-ECONOMY-FUEL-TARIFF <YONHAP NO-4812> (AFP)
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기 위해 줄을 서 있다/AFP 연합뉴스
이란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라오스와 캄보디아 국경 지역 주민들이 연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으로 넘어와 휘발유를 사들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각국이 에너지 수급 비상에 직면한 가운데, 필리핀은 정부기관 연료 감축을, 미얀마는 차량 운행 제한까지 시행하는 등 역내 대응이 확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전찌 등에 따르면 최근 떠이닌·자라이·응에안 등 베트남 국경 지역에서 캄보디아와 라오스 주민들이 베트남 측 주유소를 찾아 연료를 구매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현재 베트남 A95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만7047동(약 1517원)으로, 캄보디아 3만1000동(약 1739원), 라오스 3만9000동(약 2188원)보다 크게 낮다. 라오스는 주요 연료 공급처인 태국이 자국 에너지 안보를 위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돼 다수 주유소가 문을 닫은 상태다.

하노이에서는 시민들이 플라스틱 통을 들고 주유소에서 연료를 사들이거나, 주유소 인근에서 병에 담은 연료를 되파는 행위까지 적발돼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 일부 지방에서는 주유소 판매량이 평소 대비 80~100% 급증했고, 페트로리멕스 유통망에서는 100% 이상 증가한 곳도 있다. 다만 산업무역부와 재정부가 소매가를 국제 시세에 맞춰 조정한 뒤 사재기 현상은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의 에너지안보실무반에 따르면 내수 소비의 약 70%를 담당하는 중꿧·응이선 두 정유공장 중 중꿧은 4월 말까지 원유가 확보된 반면, 쿠웨이트산 원유에 의존하는 응이선은 공급 차질 위험이 있다. 나머지 30%를 차지하는 수입분은 3월까지 기본 물량이 확보됐으나 4월부터는 유가 상승과 일부 국가의 수출 제한으로 수입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필리핀의 상황도 심각하다. 가디언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최근 모든 중앙 정부기관·국립대학·지방정부에 연료 소비를 최소 10% 줄이라고 지시했다. 정부 청사에는 에어컨 설정 온도 24도 이상 유지가 의무화됐고, 중동 사태가 악화될 경우 주 4일 근무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석유 수요의 90%를 걸프 국가에서 수입하는 필리핀은 유가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디팔리 바르가바 ING은행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총괄은 "말레이시아와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주요 경제국은 석유·가스 무역에서 만성 적자"라며 필리핀은 연료 보조금 규모도 인도·태국에 비해 제한적이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운수업·농어민 대상 연료 보조금 지급 검토를 밝히며 국민들에게 카풀과 대중교통 이용을 호소했다.

에너지 위기는 동남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차량 번호판 홀짝제를 도입해 짝수 번호판은 짝수 날짜에만, 홀수 번호판은 홀수 날짜에만 운행을 허용했다. 태국 국방부는 산하 기관에 에어컨 사용 축소와 화상회의 활용을 지시했다. 태국·라오스·미얀마 전역의 주유소에서는 줄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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