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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정보 계속 넘겨도 ‘피해자’…불법사금융 찾는 ‘도덕적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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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3. 10. 18:19

협박 문자 등 제3자 피해신고 늘어
정부 '업체 단속' 위주 대응 한계
전문가 "수요 억제 정책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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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씨가 받은 불법사금융 관련 문자. 김씨와 그 가족들의 주민번호도 함께 적혀 있다. /독자 제공
서울에 사는 이모씨(26)는 지난달 12일 미상의 발신자로부터 온 문자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문자에 이씨의 고등학교 동창인 김모씨와 그 가족들의 이름, 주민번호가 전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발신자는 "김씨가 당신들의 정보를 대출 담보로 내놨고, 이는 곧 중국 보이스피싱 사무실로 넘어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하루빨리 김씨가 대출금을 변제하도록 선도해달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김씨와 관련된 불법사금융 협박 문자를 모두 8번 받았다. 그럴 때마다 김씨는 이씨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뿐이었다.

정부가 불법사금융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지인 정보 담보 대출'과 같은 제3자에 대한 피해는 지원 체계가 없는 데다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 지원이 '추심 즉각 차단'과 같이 이용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인정보에 경각심이 부족한 이들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불법사금융을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찾는 '현금인출기'로 삼는 것이다. 업체 단속에만 집중한 정부 정책이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불법사금융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불법사금융 피해에 대한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해 시행 중이다. 피해자가 불법사금융 추심을 금융감독원(금감원),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어느 기관에 신고하더라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불법 추심 중단, 전화번호·대포통장 차단, 채무자 대리인 무료 선임, 경찰 수사, 원리금 반환 소송 등을 즉각 지원받게 하는 체계다. 이전에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 신고와 함께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신고만으로 추심을 당일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 업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불법사금융 전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신설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연이율 60% 초과' 대부 계약서에 대해 금감원장 명의의 '무효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 차단' 중심 정책이 불법사금융을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불법사금융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함께 지능 범죄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해외에 거점을 삼고 가명과 차명 계좌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담보로는 원격으로 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 내 연락처와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피의자 특정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1만7538건으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실제 수사 의뢰 비율은 3.3%인 582건에 그쳤다.

공급은 차단하기 어렵고, 수요를 억제할 정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미 한 번 유출된 개인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불법사금융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수요 구조'가 생긴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제도권 금융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갚지 않고 추심은 무시하거나 신고하면 그만'인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인 등 제3자에 대한 피해가 증가하고, 개인정보가 대포통장 등 또다른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서민금융과 피해자에 대한 교육 등 수요를 제도권 대출로 옮기거나 아예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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